<현직 성균관대 총장(서정돈)과 삼성서울병원 의사 교수가 사명감을 가지고 없는 시간을 쪼개 공들여 번역한 책!>

■문제중심학습법(Problem-Based Learning: PBL)은 제임스 E. 앤더슨 교수가 창안하여 캐나다 맥마스터 의과대학에서 처음 시작한 후 35년 사이에 전 세계의 의과대학으로 보급되었으며 국내 의과대학에 소개된 지도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이 새로운 교육방법에 대한 연구와 검증은 다른 어떤 교육방법들과 비교하더라도 더욱 철저하게 이루어졌으며, 이제는 새로운 교육방법이라기 보다는 의과대학의 기본적인 교육방법의 하나로 자리매김이 된 상황이다.

의학교육에서의 문제중심학습법이란 학생들이 장차 의사로서 활동하면서 환자를 진찰하고 치료하며 건강을 돌보는 과정에서 부딪치게 될 과업들을 문제로 설정하고 이 문제들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 및 태도들이 무엇인가를 학생들이 파악하여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찾아서 스스로 학습하게 하는 교육방법이다. 소그룹으로 편성된 학생들은 그룹 활동을 기본으로 하며 튜터의 안내를 받아서 활동 요령을 익힌 다음에는 학생들이 주도가 되어 스스로 모든 학습과정을 진행한다. 학생들이 학습하는 문제들이 교육 주제가 되며 이들을 종합한 것이 전체 교육과정의 수업 내용이 된다. 이것은 교과목의 내용을 차례대로 교육하는 전통적 교육과정과는 다르며 학생이 주도가 되어 학습함으로써 장차 의사로서 활동할 때에도 새로운 지식을 보완해야 하는 평생학습의 자세를 미리 습관이 되도록 한다.

문제중심학습이 의학교육 분야에서 먼저 실천되었지만, 현재는 스스로 독립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과 자주적인 평생학습이 필요한 전문적 직업을 수행하게 될 모든 분야, 예를 들면 경영, 법률, 엔지니어링, 사회사업 등에 종사할 학생들의 교육에 까지 활용되고 있으며 중·고등학교의 이차교육에서도 응용하고 있다.

이 책의 모든 내용이 참고할 만한 것이지만 특히 저자가 제시하는 다음과 같은 내용과 사실에 공감한 바가 컸다. 저자는 문제중심학습법에서 일어나는 학습의 원리를 교육심리학과 인지과학적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자세하게 설명하였다. 문제중심학습 과정이 성인교육의 원리에 잘 부합하고 있음을 전체 내용에서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이 책의 앞부분에서는 의사의 전문 직업 수행에서 나타나는 지적 활동의 특성에 관하여 자세하게 설명하였으며 이러한 지적 활동 능력의 개발을 위해서 문제중심학습법에서 기대할 수 있는 장점들을 설명하였다.

그리고 저자는 문제중심학습이 본래의 교육적 원리에 충실하도록 철저하게 기획하여 진행하도록 강조하면서 그렇지 않은 경우의 문제중심학습법들이 드러내는 여러 가지 미흡한 점들과 부작용들을 제시하였다. 문제중심학습을 시행하는 학교가 늘어나면서 각각의 학교의 형편에 따라서 본래의 문제중심학습법의 취지와는 다른 다양한 형태의 변형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지적하고, 저자가 설명하는 문제중심학습법을 참된 문제중심학습법(Authentic PBL)이라고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각각의 비교 설명을 통해서 저자가 주장하는 본래의 진정한 모습의 문제중심학습법이 무엇인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문제중심학습 과정의 단계들을 각각 자세하게 설명하였다. 모든 단계에서 나타나는 학생-튜터 사이의 상호 작용에 관한 설명들에서 저자의 풍부한 교육 경험과 교육학적 성찰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학생들 각자의 미묘한 반응에서부터 학습그룹 전체의 행동 변화에 대하여 기술하였다. 특히 초인지적 차원(metacognitive level)에서 진행하는 튜터의 역할과 그 중요성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였는데, 이에 대한 이해를 높이면 튜터 역할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가 밝힌 대로 이 책은 문제중심학습법을 새로 시작하려고 계획하는 경우이거나 이미 시행하고 있는 어느 경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의 경우에는 안내 역할을 하는 지침서가 될 수 있으며 후자의 경우에는 다시 자신의 교육 원칙과 기법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문제중심학습에 대한 일과성의 워크숍이나 방문 견학에서 단편적으로 느꼈던 긍정적 견해나 경이로움을 더욱 이론적으로 강화시켜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