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부성 <백과전서>의 번역학
번역학의 획기적 업적으로서만이 아니라
일본 근대사、메이지 사상사、
사회문화사에도
큰 학문적 공헌이다.
- 고모리 요이치(小森陽一)
『백과전서』 번역 사업은 당시 일류 양학자들을 총동원하여 추진한 문부성 주도의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영국의 백과사전을 70명 이상에 이르는 번역자・교정자가 협동하여 일본어로 번역하고, 최첨단의 서양 문명을 소개한 저 97편의 출판 사업은 근대 일본의 언어・문화・학문에 무엇을 가져왔는가? 이 책은 『백과전서』 번역 사업에 대한 개관은 물론 각 분야의 주요 번역어에 착목, 번역학의 시점에서 최초로 종합적으로 접근한 획기적인 연구이다.
이 책의 제목인 ‘번역된 근대’는, 동아시아 각 지역의 ‘근대’가 보여주는 ‘복잡함’을 풀어 보는 하나의 단서를 보여준다. 그것은 ‘문부성’이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한 ‘서양’ 번역 프로젝트를 통해서 근대 일본이 ‘선별’한 서양의 근대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국가적 번역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번역 과정에 참여한 난학자・한학자・양학자들이 한자어 두 글자로 ‘만들어낸’ 일본의 근대가 무엇인지 밝히는 작업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메이지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이 근거로 삼은 정신’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는 ‘재료’이다.
하지만 그렇게 한자어 두 글자로 ‘만들어진’ 일본의 근대가 중국 대륙으로, 대한제국으로, 그리고 식민지 타이완과 조선으로 흘러들어가 ‘번역’ 또는 ‘번안’되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책은 ‘메이지’와 동시대를 살아간 동아시아 각 지역 사람들의 ‘정신’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는 재료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일본의 근대만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근대가 지녔던 ‘복잡함’을 푸는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번역은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근대 동아시아 고전들의 재인식> 연구팀 세미나에서 김태진 선생님이 강독 텍스트로 이 책을 추천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책은 자료적 측면은 물론이고 다루는 ‘주제’의 측면에서 실로 방대하여, 그 자체가 ‘백과전서’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때문에 번역 작업은 만만치 않았지만, 이제 한권의 ‘번역서’를 세상에 내놓으려는 지금, 이 책에 수록된 ‘백과전서’적 내용들이 동아시아 근대의 ‘복잡함’을 푸는 하나의 실마리는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릿교대학(立教大学) 대학원 이문화커뮤니케이션연구과 특임준교수를 거쳐, 고베시외국어대학(神戸市外国語大学) 외국어학부 영미학과 준교수로 재직 중이다.
히로시마대학 졸업 후 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오클 랜드대학 대학원 문부성 국비파견 교환유학을 거쳐 맥쿼 리대학 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도쿄대학 대학원 종합문화 연구과 박사과정 수료 및 학술박사를 취득했다. 전공은 기능언어학, 통역번역학이다. 『일본의 번역론』(공저), 『통 역학 입문』, 『번역학 입문』(공역) 등 다수의 저작이 있다.
세종대학교 국제학부 조교수
동국대학교 일본학과 조교수.
서울대학교에서 일본 및 동아시아 정치사상을 전공했고, 현 재는 신체 담론을 중심으로 한 정치, 종교, 철학의 연결고리 들을 탐색하고 있다.
건국대학교 일어교육과 조교수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과 일본 도시샤(同志社)대에서 각각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HK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공은 일본 근대사이며, 근대 국가와 전쟁, 종교, 근대 여성의 사상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우치무라 간조와 근대 일본」(2023), 「근대전환기 일본 여성의 정치참여와 자기인식-니지마 야에(新島八重)를 중심으로-」(2021) 등 다수의 연구가 있다.
한국어판 서문
서장 문부성 『백과전서(百科全書)』로의 초대
1. 번역 텍스트의 연구
2. 『백과전서』 연구의 의의
3. 이 책의 구성
제1장 번역연구에서의 ‘등가’ 언설 — 스캔들의 덫
1. 번역의 이론과 ‘등가’
2. 서양 번역학의 시작
3. 근대 일본의 번역론
4. 일본의 번역학
제2장 문부성 『백과전서』라는 근대 — 불완전한 백과사전
1. 국가적 번역 프로젝트
2. 번역기관의 변천
3. 『백과전서』의 윤곽
4. 기점 텍스트에 대해서
5. 번역자와 교정자의 군상
제3장 ‘신체 교육’이라는 근대 — 문명화된 몸짓
1. 신체의 근대
2. 메이지 정부와 ‘교육’
3. ‘신체 교육’의 행방
4. ‘체육’이란
5. 국민국가의 ‘스포츠’
제4장 ‘언어’라는 근대 — 오쓰키 후미히코의 번역 행위
1. 오쓰키 후미히코와 ‘언어’
2. 『언어편』의 간행 사정
3. 문법을 둘러싼 『언해』와 『백과전서』
4. ‘언어’란•
5. 당연히 ‘언어’라고 생각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드는 것
제5장 ‘종교’라는 근대 — 야스쿠니 체제의 주형
1. ‘종교’와 비‘종교’
2. 번역어로서의 ‘종교’
3. 메이지 정부와 ‘종교’
4. 『백과전서』에서의 ‘종교’
5. 비‘종교’의 카무플라주
제6장 ‘대영 제국’이라는 근대 — 대일본 제국의 사후적 이야기
1. 소급되는 단어
2. ‘대영 제국’
3. ‘제국’의 기억
4. ‘인종’을 둘러싼 대일본 제국
5. 갱신되어 지속하는 ‘제국’
제7장 ‘골상학’이라는 근대 — 타자를 보는 눈길
1. 인체해부도와 번역
2. 서양 근대의 ‘과학’
3. ‘골상학’이란
4. 말하는 눈길
5. 유사과학의 근대
제8장 ‘물리’・‘화학’이라는 근대 — 궁리와 세이미에서의 픽션적 이탈
1. 난학에서 영학으로
2. 자연과학의 번역
3. ‘물리’·‘화학’으로의 도약
4. 정의하는 텍스트
5. 학교제도 속의 자연과학
제9장 ‘백과전서’라는 근대 — 제도의 유통과 소비
1. ‘백과전서’란
2. 『백과전서』의 시각 제도
3. 제도로서의 학지
4. 신문 광고에 의한 유통과 소비
종장 ‘번역’이라는 근대 — 번역된 문부성 『백과전서』
1. 번역어의 원근법
2. 증식하는 명사
3. 번역론적 전회로
후기
옮긴이 후기
참고문헌
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