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기에 간행된 각종 통계자료집을 토대로 국가경제정책의 산물에 관한 다양한 분석과 해설을 모아놓은 책!

이 책의 출간의의는?

이 책은 국가재원의 종류나 성격에 따라 전국 규모의 통계를 공표한 조선후기 국가경제정책의 산물에 관한 각각의 해제식 논문을 모은 것이다. 물론 각 논문은 이미 전문학술지에 게재되어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것은 애초에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의 소규모 연구단위-리서치크러스터-‘동아시아 사회경제사 연구’ 모임에서 각 자료들의 전산화를 시행하면서 구상되었다.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그리고 주로 한국역사연구회와 공동으로 기획한 학술회의를 거쳐, 전문학술지에 투고되었던 것을 본래 기획에 의거하여 다시 모아 출간했다. 18세기 중·후반 이후로 각종 국가재원에 대한 기관별, 혹은 지역별 통계가 ‘총수(摠數)’ ‘총목(摠目)’ 혹은 ‘실총(實摠)’이라는 이름의 책자로 집대성되어 연이어 간행되었는데 이것은 총액제적인 재정정책이 17세기 말에서 18세기 중엽에 걸쳐 전국적으로 시행된 결과이다. 이때의 재정제도는 대표성을 갖는 공통의 속성으로 이해하여 ‘비총제(比摠制)’라 불리기도 한다. ‘비총’은 본래 전세를 징수할 수 있는 경작지 면적을 조사하는 방법에서 나온 말이다. 이 책에서는 조선 사회의 총수·총액류 재정 자료마다 해설을 겸한 자료 분석을 시도한 결과 각 자료들의 특징을 도출했는데 다음과 같다.

첫째, 18세기 중·후반의 총액들은 설정 당시의 원액으로 고정되는 성향을 가지지만 작성 시기마다 약간의 차이를 읽을 수 있다. 총액화 과정에서 재정 집권화의 진행 형황을 확인하고, 재원의 원액을 재확인하고자 하는 당시부터 이미 내포하고 있었던 문제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 국가재원의 지역적 분배를 고정시키려는 성향은 총액 자체의 형식화, 고착화를 초래할 것이지만, 당시까지 조정된 현실 상황이 최대한 반영되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가령 지역 내부에서 각종 재원 및 그 근거들 사이에 서로 다른 비중을 나타낸다면, 그것은 그 지역의 재정적 환경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또한 그러한 지역적 특성을 지역 간에 비교하는 일은 지역의 사회경제 상황에 대한 유용한 관점을 제시할 것이다. 셋째로 지역사회에 최대한 균등하게 부담될 것을 목표로 조정되고 설정된 총액이라는 점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상황이 변화함에 따라 총액이 재조정되기 어려운 문제점은 있으나 지방 레벨의 재정정책을 펴는 데에는 분명한 기준이 되었다. 이후 수령이나 감사가 재해등급의 조정과 탕감, 구휼의 방안을 제시하고 지역 사이에 조정하는 역할이 증대해갈 것은 금방 예상할 수 있다. 중앙경제와 도단위 경제와 읍단위 경제의 단순 병행이 아닌 관계적 측면의 관점이 제시될 수 있다. 넷째로 중앙정부가 파악하는 국가재원에 한정된 총액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기관이나 지역의 자율적 운영 부분은 제외되어 있거나 극히 일부분만 공식화되었다. 지역사회의 재정운영을 나타내는 다른 자료에서 시기에 따라 구체적으로 제시되는 수치와의 관계를 살피는 데에 주의해야 한다. 이 책은 저자들이 기존의 자료들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분석을 시도했지만 앞으로의 숙제도 남겼는데 이 자료에 기재되지 못하는 재정 부문을 포함하여 조선왕조 전체의 재정 규모와 재정 시스템의 특성을 추정하고 아시아사회 각국의 재정 시스템과 비교할 수 있는 관점 등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