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대(宋代) 주자에 의해 집대성된, ‘인성(人性)’과 ‘천리(天理)’의 의미를 담은 ‘성리(性理)의 학’은 그 언명 자체로 무게감이 느껴지는 유교철학의 한 갈래입니다. 한,당대 자구해석(訓?)의 학풍을 뛰어넘고, 유행처럼 횡행하던 불가와 도가의 개인주의적 경향을 극복하며, ‘이치’를 궁구하고 밝혀나간 진로를 학문의 본체로 삼고, 포괄하기를 인간의 본성에서 하늘의 이치까지라 하였습니다. 그러니 성리학은 명실상부한 종교의 차원까지 육박해 들어간다고 보아야겠지요. 하여 동아시아 중세의 종교사상으로서 근대 서구화가 시작될 때까지 정치와 문화, 그리고 생활양식과 사유방식에 이르기까지 커다란 영향을 끼친 것이 성리학(주자학)입니다.

그런데 현재 한국사회에서 ‘성리학(주자학)’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무엇을 떠올릴까요? 그 철학적 내용과 깊이보다, 조선조 오백년을 지배한 유교 정치이념으로서, 아니면 가족주의와 연고주의와 같이 현실과 동떨어진 전통의 양식으로 한정하여 그 폐해와 폐단만을 먼저 떠올리고 맙니다. 하지만 성리학의 진면목은 흘러간 정치 이데올로기쯤으로 비유되거나 몇몇 퇴행적인 양상으로 그 본체를 오해받아서는 안 됩니다. 오랜 시간 ‘주자’라는 화두를 부여잡고 연구에 매진해온 필자(이동희, 계명대 교수)는 이 책에서, 동아시아 인문학의 근원인 『사서四書(논어,맹자,대학,중용)』를 깊이 있게 해석한 주자의 우주론은 유기체 우주론이며, 그것을 바탕으로 세운 형이상학인 리기론은 화이트헤트(A. N. Whitehead)의 과정철학과 비교될 정도로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고 적습니다.

주자의 생애와 사상을 특징적으로 소개하고 정리!!

이 책은 성균관대학교 출판부에서 연속기획으로 출간하고 있는 『한중일 유학사상가 총서시리즈(전82권)』 중 중국 편 주자이다. 제1부에는 주자의 생애를 연대기 순으로 실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주자 사상의 내용과 깊이가 어떻게 변모되고 체계화되어 갔는지를 살핀다. 제2부에서는 주자가 이룬 성리학의 내적 스펙트럼을 다양한 주제로 세분화하여 소개한다. 불가와 도가의 영향을 극복하고 과거 유학의 흐름을 새로운 관점으로 체계화해 나갔던 ‘주자학의 형성’ 단계, 필자의 독특한 분석으로 현대철학자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과 교통하게 된 ‘주자의 리기론’, 격물치지(格物致知)로 요약되는 ‘주자의 인식론’, 본래성과 현실성의 조화를 꾀했던 ‘주자의 실천론’ 등 주자 사상의 요체가 차곡차곡 풀이되어 있다. 제3부는 주자의 저술 중 풍부한 의미로 해독되는 주요 문장을 선별하여 원문과 함께 실었다.필자 소개_이동희1947년 부산에서 출생하여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을 졸업하고(문학사), 동 대학 대학원 동양철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 취득하였다. 재단법인 민족문화추진회에서 근무하였고 현재 계명대학교 인문대학 윤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의 철학적 사유의 전통 ―화이트헤드와 성리학의 만남>(계명대 출판부, 1999), <동아시아 주자학 비교 연구> (계명대 출판부, 2005), <조선조 주자학의 철학적 사유와 쟁점>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2005)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