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균관대학교 출판부-일본 페리칸샤 동시 출간”

* 이 책은 성균관대학교 출판부에서 연속 기획으로 출간되고 있는 「한중일 유학사상가 총서」(전 81권) 중 일본 편의 하나로서 본국의 사상을 전공한 일인 학자(다지리 유이치로, 일본 도카이 대학 문학부 교수)의 원고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며 이와 함께 일본 페리칸샤에서도 일본어판이 동시에 출간되었다.

이 책은 ‘마음’을 논의 전개의 중심축으로 하여 안사이의 유교사상과 신도의 논리정연한 통일을 시도한다. 안사이는 일본 유학사에서 정말로 충실하게 주자를 연구하고 추종한 최초의 인물이다. 주자학의 중요한 언설을 모아 편찬한 『문회필록文會筆錄』의 교정을 세상을 떠나는 그해까지도 계속하였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제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신도 연구도 정성을 다해 수행하여 오늘날 일본인들로부터는 스이카 신도(垂加神道)의 개조(開祖)라고도 불린다. 말하자면 그는 ‘신유겸학神儒兼學’의 사상가였던 것이다.

먼저 안사이의 탄생과 인간됨을 살핀 본문은 그가 30세에 저술한 『벽이闢異』의 문장들을 주해하며 선(禪)을 부정하고 주자학에 뜻을 밝힌 안사이의 자세를 강조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선을 부정한 안사이가 주자학을 정통 학문으로 생각한 시점부터 안사이의 주자학은 신도와 병존하였으며, 안사이의 사색이 깊어짐에 따라서 점차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활성화시켰다는 점이다. 안사이의 영사(靈社)인 교토의 시모고료 신사(위)와 묘비(아래)그리고 안사이가 선택하여 그 가르침을 마음속으로부터 공명한 것은, 불교의 영향을 피한 유일한 성역으로서의 이세 신도였다. 이세 신도의 특징은, 첫째 그것이 기도와 정직으로 표현되는 그 무엇이라는 점, 둘째 군신의 상하가 순수한 마음을 갖고 아마테라스의 신칙을 존중하는 것으로 국가에 평온을 가져다준다는 사상이다. 의도적으로 유학과의 친연을 꾀했던 이세 신도의 요체는 이렇게 안사이가 스이카 신도를 도모했던 방향과 접합하여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안사이 사상의 핵심은 선종에서 파악하는 ‘마음’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불교는 인륜을 져버린다는 식의 상투적인 견지에서가 아니라 ‘마음’ 자체의 파악이라는 한층 깊은 견지에서 선의 이단성을 어떻게 드러내고 또 극복해 나갈 것인가 하는 관심으로 일관되어 있다. 그것은 타자와의 연결 속에서 자기중심적인 자기(사욕)로부터 어떻게 해방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타자와의 연결(인륜) 속에서만 자기중심적인 자기로부터의 해방이 가능하다는 인식이었다. 안사이에 있어서 그것은 관심이라기보다는 몸을 깎는 듯한 ‘물음’이었다. 즉 그의 심법의 요체로서의 ‘심신’은 자기를 초월하여 밖에 있는 존재가 아니다. 자기 밖의 초월적인 신에게 자신을 위탁하여 매달리는 것도 아니다. 또 어떤 이익을 기대하는 것도 아니며, 육체를 가진 살아있는 육체의 자기를 ‘신’으로 하는 것도 아니다. 자기의 영성을 거울로 나마미(生身)의 자신 가운데의 자기중심성을 응시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마음’의 본원을 궁구하는 그의 심학은 정밀한 자기 수양학이다.

이 저술의 미덕은 간혹 일본주의자로만 왜곡되어 지정되는 사상가의 생애를 주자학과 고유 신도의 반경 안에서 입체적; 상호적으로 관측함으로써 어느 한곳으로의 치우침을 상쇄시키고 객관적인 평가의 과정을 도출했다는 것이다. 언급하였다시피 그 중심축은 모든 철학자들의 공통 관심사인 인간의 ‘마음’이었으며 그를 탐구함으로써 그 궤적의 외연(국가주의로의 확산)과 내연(이기로의 침잠) 사이의 균형을 잡아 통일을 시도하였다. 그럴 때, 일본에 한 유학적 성과(주자학)의 서장을 연 학자의 평전에 보답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