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란 기본적으로 서사를 핵심으로 한다. 『한국 소설 읽기의 열두 가지 시각』은 이 서사의 문제에 대해 크게 3부로 나누어 살피고 있다. 이것은 모두 기존 소설사의 주제들을 포괄하는 것이면서도 그간 소홀히 다루어진 영역에 대한 관심을 공유한다.
‘1부 미학과 반미학의 서사’는 소설이란 장르가 가능할 수 있는 조건과 향후 존재 근거를 미학적 층위에서 묻고 있다. 이것은 한국 소설사에서 다소 열등한 것으로 다루어진 풍자나 해학 등 웃음의 범주를 본격적으로 미학화한 의의를 지니고; 또 한편으로는 기존의 근대 미학 자체에 대한 반성과 회의를 동반한다.
‘2부 타자성에 대한 서사적 발견’은 기존 문학사에서 주변부의 것으로 다루어진 여성 · 영화 · 연대 · 대중소설 등의 키워드를 새롭게 발견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는 기존의 구태의연한 의미나 방식에 있지 않고, 문학이 문학으로서 존재가능해지는 시대적 · 문화적 맥락을 함께 다루는 것을 의미한다.
‘3부 시대적 고통과 저항의 서사’는 현재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지금 여기’의 삶을 핍진하게 살피는 시각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는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과 맞닿아 있다. 억압된 현실과 맞서고 반성케 하며, 보다 나은 세계를 상상하는 힘이 문학이라는 문제의식의 실현인 셈이다. 시각은 열두 가지이지만 근현대 한국소설을 현재의 시점에서 조망해본다는 점에서, 그려진 풍경은 그 이상이다. 문학사는 언제나 다시 씌어져야 하고 그 법칙 역시 고정된 것이 아니다. 이 책의 다양한(평론가; 소설가; 시인; 교수 등) 필자들이 출발한 지점, 공유한 문제의식은 바로 여기에 있는 듯하다.
이 책은 각 시대의 여러 소설 속에서 한국 문학의 역사와 현장성을 동시에, 그리고 다각적으로 살핀 의의를 지닌다. 이는 기존의 소설사를 넘어서는 다양하고 새로운 시각들이 맺은 소산이라 할 수 있겠다. 최근 문학 내외부의 각 관심과 문제의식들을 반영한 의미에서도 본 책은 한국 소설 읽기의 생생한 현장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