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사회적으로 구성된다
자유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는 무엇이다. 그것은 인간의 자연적 속성이나 상황에 한정되지 않고, 인간의 다양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상이한 관심과 필요들을 반영하며 형성되는 그 무엇이다. 자유는 인간에 의해 발견되고 만들어지고 진화한다.
이 책은 오랜 시간 자유와 정의, 인간의 존엄, 그리고 정치와 법의 관계에 몰두해온 저자가 근대 이후 전개된 인간 자유의 면면을 자유주의 정치사상사의 흐름과 함께 다양한 접근 방법들과 연계시켜 고찰한 자유의 역사이자 자유에 관한 논쟁사다.
저자는 먼저 자유의 문화와 그 제도화에 대해 서구 정치사상의 전통을 중심으로 차분히 정리한다. 그러고 나서 시계를 근대의 성장기에 맞춰 계몽주의에 대한 낭만주의의 저항이 자유 개념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다. 근대 사회의 합리화 과정이 자유에 가했던 위협을 통찰해낸 베버와 아렌트의 견해에 이르러서는 남다른 주의를 기울인다. 이후 영미 분석철학 전통에서 벌린의 「두 가지 자유 개념」으로 촉발된 자유에 관한 논쟁들을 검토함으로써 다양한 자유 개념의 주요 쟁점들을 본격적으로 조명하고, 이어 라즈, 호네트, 허쉬만 등 사회구성주의자들이 이 논쟁에 개입함으로써 자유 개념이 어떻게 확장되고 있는지 그들의 실천적 함의와 함께 고찰해나간다. 끝으로 지금까지 논의된 다양한 자유 형태들의 의미와 그 상보적 관계의 중요성을 되짚으면서, 이렇게 앞으로 한국 사회에서도 자유 담론이 좀 더 개방적이고 탄력적으로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새로운 지의 총화를 모색하는 성균관대학교 출판부의 학술 기획 총서 ‘지의 회랑’의 다섯 번째 책이다.
자유는 어떻게 형성되고 진화해왔는가
―사회적ㆍ정치적 가치로서 자유의 발견
자유 형성의 두 차원
자유와 그 담론들에 대한 입체적인 통찰
―개인적 자유에서 사회적 자유로
다양한 자유들의 상보성
그리고 대한민국과 자유
결론에서 저자는 지금껏 다양한 방법론으로 살펴본 여러 자유 형태들―소극적 자유(혹은 사적인 영역의 자유)와 적극적 자유, 자율성 및 진정성으로서의 자유 그리고 사회적 자유―의 의미와 그 상보적 관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환기한다. 소극적ㆍ성찰적 자유 등의 개인적 자유와 정치적 자유를 비롯한 사회적 자유가 서로 관계를 맺으며 자유로운 사회질서가 유지될 수 있기 위해서는 정치적 민주주의와 그 체제의 원활한 작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제 최종적인 시선은 대한민국을 향한다. 저자는 한국에서 자유가 뿌리 깊은 권위주의의 질서를 해체하고 민주주의를 증진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협소하게 이해될 뿐 적극적이고 포괄적으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워한다. 그리하여 한국 사회가 지금보다 한 단계 더 성숙한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시 말해 특권적인 소수만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평등한 자유를 향유할 수 있는 자유로운 질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유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그 실현 조건에 대해 보다 더 진지한 논의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 책의 부제인 “어떤 자유, 누구를 위한 자유인가”는 그간 한국에서 진행되어온 자유 논쟁의 빈약함과 경직성을 부수기 위한 저자의 첫 번째 질문에 다름 아니다.
책 속에서
그럼에도 나는 자유를 연구하는 것은 곧 인간과 개인을 알아가는 것이며 사회와 제도를 알아가는 것이고 심지어 문명과 세계를 알아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자유는 개인, 사회 그리고 문명을 포함하는 모든 인간 현상의 저변에 깔려 있는 가장 근본적인 원리로서 자유에 대한 이해 없이는 그런 대상들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자유는 개인과 집단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문명과 세계에 가치를 부여하는 근원적인 도덕원리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본문 7쪽, ‘머리말’ 중에서
국가권력을 헌법적으로 제어함으로써 개인의 기본권을 보장해주려는 헌정주의는 어떤 근본적인 도덕원리―대개는 자연법이나 인간 본성에 대한 형이상학적 견해에 근거를 두고 있다―로부터 연역적으로 도출된 것이 아니었으며, 어떤 초월적인 힘의 섭리에 의해 추동된 역사적 현상도 아니었다. 그것은 특수한 역사적 국면에서 특수한 열망과 필요를 지니고 있었던 세력들의 치열한 저항과 투쟁을 통해 성취된 역사적 산물이었다.
―본문 42~43쪽, ‘제1장, 자유의 문화와 정치사상: 홉스에서 토크빌까지’ 중에서
자유 사회의 주변부에 살아가는 소수자들의 존재는 인류의 자유 신장 과정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현존하는 사회구조와 문화적 상태를 억압적인 것으로 경험하는 이들이 자유의 역사를 추동해온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소수자들의 존재는 우리의 선조가 경험했던 부자유를 상기시켜주는 동시에, 우리의 미래 세대들이 더욱 더 포용적이고 개방적인 자유의 질서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요컨대 실천적 사회구성주의는 자유의 보편적 실현을 가로막는 사회구조적 장애들에 관심을 갖도록 촉구하는 한편, 자유로운 질서가 그저 숙명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열망하는 사람들의 지속적인 투쟁을 통해서 쟁취될 수 있는 축복임을 부각시켜준다.
―본문 337쪽, ‘제5장, 자유에 대한 사회구성주의적 접근’ 중에서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한나 아렌트의 정치적 행위 개념」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1989). 1991년 가을 영국으로 건너가 케임브리지대학 존 던(John Dunn) 교수의 지도하에 「현대 자유주의-공동체주의 논쟁과 기술적으로 진보한 시대에 적합한 정치이론을 향하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1995). 1997년 3월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부임하여 현재까지 서구정치사상사와 정치철학을 강의하고 있다. 2021년부터 사회과학대학장 직을 맡고 있으며, 한국정치사상학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현재의 주요 관심사는 좋은 국가, 분배적 정의, 그리고 조세체계의 이론적 연관성이다.
저서로는 『개인적 자유에서 사회적 자유로』(2018),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2016), 『정의는 불온하다』(2016), 『마이클 오크숏의 철학과 정치사상』(2014), 『이것이 민주주의다』(2013),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철학과 변증법적 법치주의』(2011), 『포스트모던 시대의 정치와 문화』(2005), 『자유지상주의자들, 자유주의자들, 그리고 민주주의자들』(2005), 『맘몬의 지배: 사회적 가치분배의 철학』(2002), 『축복과 저주의 정치사상: 20세기와 한나 아렌트』(2001), 『데모크라토피아를 향하여』(2000)가 있다. 편저로는 『현대정치의 위기와 비전』(2020)과 『인권의 정치사상』(2010)이, 그리고 역서로는 『정치의 생각』(2011)이 있다. 논문으로는 “A Critique of Raz’s Liberal Perfectionism”(1996), 「아렌트의 정치적 헌정주의」(2007), 「현대 민주주의의 스펙트럼」(2014) 등 약 오십 편이, 그리고 공저로는 Michael Oakeshott’s Cold War Liberalism(2015) 등 이십여 권이 있다.
머리말
<서론> 인간과 문명 그리고 자유
<제1장> 자유의 문화와 정치사상: 홉스에서 토크빌까지
1. 자유의 문화와 제도화
2. 자유의 정치사상사 : 홉스에서 토크빌까지
<제2장> 낭만주의와 자유의 새로운 의미
1. 계몽주의와 자유
2. 낭만주의와 질적 개인주의
3. 낭만적 자유주의: 훔볼트와 밀
<제3장> 근대사회에서 자유의 위기
1. 관료제화와 자유: 베버
2. 노동사회와 자유: 아렌트
<제4장> 현대 영미 분석철학에서의 자유 논쟁
1. 벌린에서 누스바움까지
2. 신로마공화주의적 자유: 스키너와 페팃
<제5장> 자유에 대한 사회구성주의적 접근
1. 사회적 규범주의: 라즈
2. 규범적 사회구성주의: 호네트
3. 실천적 사회구성주의: 허쉬만
<결론> 개인적 자유에서 사회적 자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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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서 ‘지의 회랑’을 기획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