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독에 대한 해박한 지식, 치밀한 고증, 예리한 안목과 참신한 사유가 빛나는 이 책은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에 의해서 기술된 최초의 근대 간독학 이론저작으로서
간독제도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기본이 되는 서적이다.”
고대 중국에서 사용된 서사 재료는 갑골(甲骨), 청동(靑銅), 대나무와 나무, 비단(백帛), 종이(지紙) 등 매우 다양한데 이 가운데 대나무와 나무가 주요 재료인 간독(簡牘)과 비단의 사용이 가장 오래되었다.
간독에 대한 정의는 매우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재질과 형태에 따라 분류하면 간(簡)은 대나무와 나무의 재질로서 1~2행의 서술 내용과 편련(編聯)을 사용한 것이며, 독(牘)은 나무 재질로서 비교적 폭이 넓어 여러 행의 서술 내용을 기록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남방에서는 죽간이, 북방에서는 목간이 비교적 다량 출토되고 있는 것을 볼 때 지역에 따라 사용 다른 재료를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지속적인 간독의 발굴은 1970년대부터로 이른바 ‘출토자료’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1975년 후베이성 윈멍[雲夢]현에서 출토된 진간은 고대 중국의 법률에 대한 구체적 실상의 이해는 물론이고 진한시기의 연구에 대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1970년대 중반 이후, 끊임없는 출토자료의 발견은 1980년대에 들어와서부터 종합적 연구 성과가 발표되기 시작하여 1990년대에는 출토자료에 대한 학술사적 의의가 정리되었다. 더욱이 전국시대부터 위진시대에 걸쳐 사용된 간독의 발굴 수량은 40여만 매가 넘으며, 그 내용 역시 행정문서는 물론이고 법률, 공사서신(公私書信), 일서(日書), 전적(典籍) 등 다양하며, 사용 용도별 역시 간(簡), 독(牘), 고(?), 검(檢), 갈(?) 등의 다양한 형태로 출토되었다. 따라서 간독의 수량이나 형태·용도의 다양성과 내용은 고대 중국의 연구에 매우 중요한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20세기 후반기의 출토자료에 대한 종합적 성격의 연구는 단순히 역사나 사상 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언어 문자 방면의 연구와도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으면서 그 연구 영역을 확대하였다. 이처럼 출토자료 연구는 새로운 자료의 발견과 이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 결과, ‘간독학(簡牘學)’이라는 새로운 학문 영역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되었다.
왕궈웨이의 <간독검서고(簡牘檢署考)>를 후핑성이 교주(校注)한 이 책은 저자의 간독에 대한 해박한 지식, 치밀한 고증, 예리한 안목 및 참신한 사유와 과학적 방법이 돋보인다. 이 책은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에 의해서 기술된 최초의 근대 간독학 이론저작으로서 간독제도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기본이 되는 서적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 학계에 간독이 본격적으로 소개되어 관련 분야의 연구에서 상당한 연구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간독자료를 통한 역사·사상·언어 및 문자 등의 연구를 위한 기초적인 연구서 하나 없는 실정에서 출간된 이 책이 연구자들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
상해 출생. 중국문화유산연구원 연구원, 길림대학 객좌교수 및 박사과정생 지도교수이다. 북경대학 중문과를 졸업하고 중국문물연구소 출토문헌여문물고고연구중심의 주임을 역임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간독(簡牘)과 백서(帛書) 및 고문헌과 고문자이며, 부양한간(阜陽漢簡), 장사주마루삼국오간(長沙走馬樓三國吳簡) 등의 정리 작업을 주관했다. 주요 저작으로는 <阜陽漢簡詩經硏究>, <胡平生簡牘文物論集>, <敦煌懸泉四時月令詔條>, <敦煌懸泉漢簡釋粹> 및 논문과 역서 등 수백 편이 있다.
성균관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공은 중국 고대사(진한사)이며, 고대 동아시아사, 출토문헌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주요 연구 성과로는 「前漢時期 西域 境界를 왕래한 使者들」(2021), 「漢代 西北邊境 私信의 構造와 주요 내용」(2019), 「전한시기 『논어(論語)』의 전파와 그 내용-새로운 출토문헌 『논어』의 「제론(齊論)」설과 관련하여」(2018), 『간독(簡牘)이란 무엇인가?』(2017) 등 다수 의 논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