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커뮤니케이션을 소통의 차원으로 승화시킨 ‘장자’
― 불통의 시대, 커뮤니케이션 학자가 소통의 관점에서 다시 읽다
21세기 담론의 핵심은 단연 소통이다. 과학적 정보와 지식의 공유를 통해 이뤄지는 커뮤니케이션 차원을 넘어서 마음과 마음을 통하는 ‘소통’의 중요성이 자주 회자되고 있는 것. 최근의 메르스 사태나 2014년 세월호 참사, 2008년 광우병 사태 등이 벌어질 때마다 각종 미디어와 언론에서 문제시하는 부분도 바로 소통이다.
2000년대 초부터 노장(老壯) 사상’으로 대표되는 도가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저자는, 특히 “장자의 경우 주체와 객체, 상하 구별 없이 수평적 소통을 중시하고, 겉으로 나타나는 의미와 실존 세계 사이의 일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커뮤니케이션학 연구자로서 큰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이 책 『소통의 사상가, 장자』는 커뮤니케이션 학자가 ‘소통’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장자’이다.
왜 장자인가?
― 장자서 전반을 관통하는 맥, ‘소통’
이 책의 저자는 “『장자』를 읽고 있으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영혼의 소유자가 된 듯했다.”고 말한다. 사상가라고 하면 흔히 거대담론을 연상하기 마련이지만, 장자의 경우 여느 제자백가들에 비해 형식적이거나 고답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장자』의 첫 장이 소요유(逍遙遊: 유유자적하며 노닒을 추구하다)로 시작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장자』를 어려워하는 독자가 많다. 저자는 그 이유를 “장자서 전반을 관통하는 맥을 제대로 짚지 못해서”라고 조심스러운 진단을 내린다.
저자가 말하는 『장자』 전반을 관통하는 맥은 ‘소통’. 장자서에서 가장 난해하다는 제물론도 이런 입장에서 파악하면 실타래에 엉킨 실이 풀리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장자서의 이론적 틀에 해당하는 제물론을 이해하면 장자서 전편에 흐르는 소통 철학을 찾아낼 수 있고,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는 저자로서 『장자』를 해독하겠다고 나선 것도 소통의 사상가로서 장자를 조명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고성장시대, 그동안 우리는 이성의 철저한 기획과 관리 하에 성공적인 압축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이제는 ‘외면의 성장’을 ‘내면의 성숙’으로 바꿔야 하는 시기이다. 과거에 비합리적이라고 믿어왔던 가치관이 오히려 더 합리적일 수 있고, 비실용적이라고 치부했던 사고방식이 더 실용적일 수 있다. 우리가 그동안 주류사상으로부터 내팽개쳐 왔던 노장사상, 그중에서도 장자사상을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유자적하며 노닒을 추구하다.” 이런 여유로움을 가질 때 진정한 소통도 가능할 것이다.
역(譯)·주(注)·해(解)·소(疏)로 읽는 장자 사상의 핵심, <내편>
장자가 직접 쓴 글로 여겨져 장자사상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읽어야 할 내용이 『장자』의 「내편」이다. 이 책은 장자의 「내편」을 재해석한 것으로, 소요유(逍遙遊), 제물론(齊物論), 양생주(養{生主), 인간세(人間世), 덕충부(德充符), 대종사(大宗師), 응제왕(應帝王)으로 구성된다. 소요유는 「내편」의 총론에, 제물론은 그것의 이론적 틀에, 그리고 양생주, 인간세, 덕충부, 대종사, 응제왕은 각론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에선 소요유, 제물론, 양생주, 인간세까지 다루고 있다(덕충부, 대종사, 응제왕 부분은 곧 출간 예정).
또한 저자는 이 책에서 『장자』를 해석하다 보면 자신이 마치 고고인류학자나 우주물리학자가 된 듯했다고 밝히고 있다. 고고인류학이나 우주물리학처럼 장자를 공부하면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료가 부족해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웠다는 뜻이다. 이런 어려움은 학자의 상상력으로 채우고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데, 결국 발견한 『장자』의 텍스트는 다른 어떤 제자백가들의 것보다 짜임새가 있고, 치밀하게 구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저자의 깨달음에 이르기까지는 역(譯)·주(注)·해(解)·소(疏)·논(論)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역(譯)이란 번역이고, 주(注)란 논에 물을 대야 못자리가 잘 자라듯 번역에 물을 주는 작업. 그래야만 해(解), 즉 의미가 가슴에 와 닿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작업이 이루어진 뒤에는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소(疏)가 뒤따라야 한다. 마지막으로 장자 텍스트에 대한 해석자의 관점에 따른 재해석이 필요한데 그것이 논(論)이다. 이 책에선 『장자』의 「내편」에 역·주·해·소를 다루고 있다.
지리산 경상남도 쪽 언저리 산청군 생초면에서 태어난 저자는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졸업해선 중앙일보에 입사했다. 기자로 3년여를 일하다 미국 유학을 떠나 미주리대에서 언론학으로 석사와 박사를 받은 뒤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에 교수로 부임해서 근무하다 정년 퇴직했다. 커뮤니케이션을 동아시아사상의 관점에서 연구하는 것을 평생의 목표로 삼아 <장자> 내편, 외편, 잡편의 역․주 ․해․소를 펴냈다. 그 밖에 저서로는 <禮와 藝: 한국인의 의사소통 사상을 찾아서>와 <노장 ․공맹 그리고 맥루한까지>, <玄: 노장의 커뮤니케이션> 등이 있다.
머리말
소요유(逍遙遊)
1 - 1 대붕(大鵬)의 높은 비상(飛上)
1 - 2 작은 지혜(小知)는 큰 지혜(大知)에 못 미친다
1 - 3 좁은 생각의 소유자는 지식(知)·언행(行)·덕(德)에 입각해 있다
1 - 4 지인은 자아가 없고(無己), 신인은 이룸이 없고(無功), 성인은 이름이 없다(無名)
1 - 5 무명(無名)을 갖춘 성인(聖人) 허유(許由)
1 - 6 무공(無功)을 지닌 아득히 먼 고야산의 신인(神人)
2 - 1 망한 송(宋)나라 사람과 돈과 명예를 움켜쥔 나그네
2 - 2 유기(有己)의 소유자 혜시와 무기(無己)의 소유자 장자
2 - 3 방황(彷徨)과 소요(逍遙)를 꿈꾸는 장자
제물론(齊物論)
1 - 1 대지의 퉁소소리(地?)·사람의 퉁소소리(人?)·하늘의 퉁소소리(天?)
2 - 1 큰 지식(大知)과 큰 말(大言), 작은 지식(小知)과 작은 말(小言)
2 - 2 참 주재자(眞宰)?하늘의 퉁소소리인가, 사람의 퉁소소리인가?
3 - 1 오늘 월나라로 떠났는데 어제 도착했다
3 - 2 시비를 가리는 데 자연스런 밝음(明)만한 게 없다
3 - 3 세상만물은 저것 아닌 게 없고, 또 이것 아닌 게 없다
3 - 4 천지(天地)는 하나의 손가락, 만물(萬物)은 한 마리의 말
4 - 1 도 안에선 모두 하나로 통한다(道通爲一)
4 - 2 조삼모사(朝三暮四, 아침에 셋 저녁에 넷)
4 - 3 시비(是非)를 가리는 순간 지혜는 사라진다
4 - 4 평상시 쓰임(庸)이 자연스런 밝음이다(明)
5 - 1 처음이 있으면 그 전 처음이 있고, 그 처음이 있기 전 처음이 있다
5 - 2 짐승의 터럭 끝보다 큰 것이 없다면 태산도 작은 셈이다
5 - 3 도(道)·변(辯)·인(仁)·염(廉)·용(勇)은 모난 게 아니라 둥글다
5 - 4 제일(齊一)이 아니라 획일(劃一)을 추구했던 요(堯)임금
6 - 1 올바른 거처, 올바른 맛, 올바른 아름다움을 누가 아는가?
6 - 2 인위(人爲)의 성인관과 무위(無爲)의 성인관
6 - 3 우리 모두는 눈을 뜨면서 꿈을 꾼다
6 - 4 만연(曼衍)에 맡기고, 천예(天倪)로 조화를
7 - 1 짙은 그림자(景)와 옅은 그림자(罔兩)
7 - 2 호랑나비 꿈(胡蝶夢)
양생주(養生主)
1 - 1 순리에 따라 이루어진 중앙의 자연스런 균형을 원칙으로 삼다(緣督以爲經)
2 - 1 포정의 해우(解牛)
3 - 1 인간에 의한 형벌(人刑)과 하늘에 의한 형벌(天刑)
3 - 2 거꾸로 매달려 있는 하늘의 속박에서 풀려나다(帝之懸解)
인간세(人間世)
1 - 1 덕은 명성을 드러내는 데서 무너지고, 지식은 다툼 가운데 생겨난다
1 - 2 자기 생각에만 얽매여 있는 사람(師心者)
1 - 3 몸의 재(身齋)가 아니라 마음의 재(心齋)
2 - 1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섬기는 사람(自事其心者)
2 - 2 사물의 자연스런 흐름에 따라 유유히 마음이 노닐다(乘物以遊心)
3 - 1 수레바퀴 앞에 팔을 치켜든 사마귀(螳螂拒轍)
4 - 1 유용지용(有用之用)과 무용지용(無用之用)
5 - 1 신인(神人)은 이래서 재목감이 되지 못한다
6 - 1 신체불구자 지리소(支離疏)와 덕(德)불구자 접여(接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