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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국의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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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하는 거울
  • 김영진 지음
출간일 2015-09-15
ISBN 979-11-5550-119-1 93340
면수/판형 신국판(152 X 225)·1080쪽
가격 42,000원
2016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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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소개 작가소개 목차 미디어서평
  • 언제부터 중국은 대국을 꿈꿔 왔는가
    중화제국의 탄생에 관한 가장 치밀하고 체계적인 리포트


    이 책은 중국에서 대국이 형성되는 역사적 과정, 하나의 정치체제로서 대국이 갖는 특징들 그리고 그것이 동아시아 국제질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치밀하고 체계적으로 고찰한 노작이다. 정치학의 핵심 개념인 ‘권력’을 매개로 일관된 맥락을 유지하며 분석하고 서술했으며, 이 분야의 기존 연구들이 대개 시간적 변화에 집중한 것과 달리, ‘공간적 변화’에 주목한 것 역시 이 책의 남다른 특징이다.
    중국 권력의 원형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중국 대국화의 기틀은 어떻게 기획되었는지 그리하여 국가로서 중국의 실체는 무엇인지 진지한 고찰을 거듭한 후, 대국의 유산과 과제 그리고 중화 패권주의의 허상에 관한 현재적 진단과 함께 새로운 시사점들을 되짚는다.

     


    부상하는 중국이 전지구적인 권력구조를 바꿔 놓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가장 먼저 펼쳐 들어야 할 책


    국가는 정치가 이루어지는 중요한 단위이고, 정치는 권력관계에 의거한다. 국가의 진화 역시 권력관계를 떠나서 설명하기 힘들다. 중국에서 대국의 형성도 그 진화의 결과이며, 이는 권력의 내재적 속성과 관련해서 설명되어야 한다. 여기서 권력의 속성, 특히 확대나 집중의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이 책은 중국에서 통일제국이 등장하고 동아시아 질서가 형성되는 시기를 다룬다. 이 기간은 중국사에서 역사 초기부터 진한시대까지의 시절에 해당하며, 나무에 비유한다면, 중국이든 동아시아든 그 뿌리와 밑동이 형성된 가장 근본적인 시기라 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이 시기 역사는 중국 정치권력의 통합 과정이고, 한편으로 권력의 외연적 확대와 다른 한편으로 권력의 집중을 의미한다. 권력의 확대는 국가가 보유하는 권력자원, 무엇보다도 영토와 인구 그리고 거기에서 파생되는 요소들의 증가를 말하며, 권력의 집중은 중앙집권적 통치체제의 구축으로 나타난다. 중국에서 이는 관료제와 군현제로 대표된다. 정치권력의 외연적 확대와 집중은 오랜 기간에 걸쳐서 점진적으로 진행됐으며, 권력의 지역적 확대가 정점에 이른 진한 시기에는 중앙집권적 통치구조도 갖추어진다. 이 역사적인 권력 작용의 장대한 파노라마가 이 책이 담으려는 골자다.


    아울러 이 책은 초기 국가권력이 등장하고 확대되는 과정이 이념적으로 어떻게 뒷받침되었는지, 좀 더 정확하게는 역사적 현실이 정치사상에 어떻게 투영되었는지 세밀히 분석한다. 이를 위해 두 개의 장을 별도로 할애해, 유가ㆍ도가ㆍ법가ㆍ묵가 등 제자백가로 통칭되는 초기 정치사상의 문헌들을 보다 역사적인 맥락에서 해석해 낸다.

     


    권력 작용의 메커니즘을 통해 본 중국, 대국의 형성사


    제1부 대국화의 전개


    첫 번째 장, 대국 형성의 메커니즘__책 전체의 분석틀을 제공한다. 특히 대국의 형성 과정을 이론적ㆍ실증적으로 설명한다. 먼저 권력의 양적 크기, 권력구성 요소들 사이의 균형에 대한 요구, 그에 상응하여 상정될 수 있는 국가의 최적 크기와 권력 확대의 메커니즘 등 권력의 작용 및 확대와 결부되는 이론적 문제들을 살펴본다. 이후 앞서 이론적으로 설명된 권력의 특징들을 초기 문헌과 자료들을 통해서 실증한다. 특히 소규모의 성읍국가의 존재, 권력통합의 전개, 영토의 확대와 그 한계 등에 주목한다. 마지막으로는 초기 정치체제의 역사적 형태로서 봉건제 그리고 국제질서로서 조공체제의 출현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설명한다.


    두 번째 장, 대국의 역사적 형성__방법론적으로 기존 역사서들이 주로 시간적 변화에 주목할 뿐 크게 고려하지 않았던 공간적 측면에 초점을 둔다. 그리하여 고대사는 통일-분열-통일의 역사가 아니라, 작은 정치체들이 하나의 통일국가로 통합되는 과정이었음에 주목한다. 통합은 중국의 공간적 확대로 나타났는데, 춘추시대에는 과거 이적으로 간주되던 주변 국가들의 중원진출을 통해 그리고 전국시대에는 그 너머의 이민족 거주지역의 정복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이러한 외연적 확대에 상응하는 정치체제도 구축되었다. 그것은 주의 동성제후 분봉, 소국들의 병합, 영토국가의 성립, 군현의 설치와 관료제의 도입 등으로 나타나며, 동시에 중앙집권적 통치체제의 구축을 의미한다. 진의 통일은 지속적인 권력 확대의 연장선에서 이해될 수 있다.


    세 번째 장, 대외팽창의 과정과 패턴__주변 민족들에 대한 공략과 영토적 팽창과정을 다룬다. 이것은 전국시대 북방의 국가들과 통일 후 진에 의해 전개되었지만, 전한 중반 무제에 의한 대대적인 정복사업으로 그 한계에 이르렀다. 여기서는 중앙아시아를 주무대로 했던 흉노匈奴, 중원 서쪽의 유목과 농경을 겸한 강족羌族, 여러 작은 소수민족 집단들이 거주하던 서남부와 남부의 파巴ㆍ촉蜀, 서남이西南夷, 무릉장사만武陵長沙蠻, 오령五嶺 이남의 남월南越과 동월東越, 동북쪽의 (고)조선(古)朝鮮, 그리고 서북쪽의 서역西域 등이 제국에 차례로 복속되거나 군현화되는 과정을 다룬다. 이때 그들의 저항과 제국에 의한 지배의 한계에 관해서도 주목한다. 광역에 대한 권력의 확대와 그것의 궁극적 종료는 일종의 다층적 지배구조와 함께 조공체제로 묘사되는 동아시아 질서의 등장으로 이어진다.


    네 번째 장, 대외정책과 동아시아 국제질서__대국의 대외정책에 관해 다룬다. 먼저 특정 시점에서 구체적인 문제와 결부되어 제기되었던 대외정책에 관한 논의들이 소개된다. 그것은 주로 융적戎狄ㆍ흉노匈ㆍ서남이西南夷ㆍ월越ㆍ강羌ㆍ선비鮮卑 등 주변 민족들에 대한 정책적 방안들이다. 이어 대외정책에 대한 개념상의 체계화가 시도되는데, 상이한 목표들과 수단들을 지배 정도와 비용의 관계에 따라 분류하고, 그들 사이에 다양한 조합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를 바탕으로 정복지역에 대한 상이한 지배형태인 변군邊郡ㆍ도道ㆍ부도위部都尉ㆍ속국도위屬國都尉ㆍ서역도호西域都護 등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제국의 지배 밖에 있으면서 단지 조공관계만 유지하는 방식, 즉 조공체제를 살펴본다. 특히 제국과 한반도 주변 국가들 사이에 가시화되는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등장이 다루어진다.


    제2부 대국화의 이념


    다섯 번째 장, 대국화의 정치이론__정치권력의 형성과 통합 과정을 뒷받침하는 정치이론을 살펴본다. 특히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 사상에 반영된 다양한 입장들이 검토된다. 주요 테마는 두 가지인데, 첫째는 자연상태와 국가의 기원, 둘째는 통합적 정치질서의 구상이다. 자연상태와 국가의 기원과 관련하여, 유가는 각기 문명적 낙후와 성인에 의한 계몽, 묵가는 무질서와 성인에 의한 조정, 법가는 갈등과 법ㆍ제도에 의한 해결, 도가는 평화와 무위의 정치를 강조했다. 한편 통합적 질서의 구상과 관련하여 유가는 봉건적 천하를 강조한다면, 법가는 패권적 천하에 기반을 둔다. 묵가는 전체적 사고가 강한 반면, 도가는 소국과민小國寡民의 자연적 천하를 지향한다. 통일제국 이후에는 통합적ㆍ절충적 입장이 두드러지나 점차 유가가 우위를 점한다.


    여섯 번째 장, 대외질서 관념의 변천: 천하관과 화이구분__국내적 통합과 대외팽창 과정에서 나타나는 천하질서와 피아彼我에 관한 관념을 살펴본다. 그것은 크게 천하관天下觀과 화이구분華夷區分으로 나뉠 수 있는데, 각기 공간적ㆍ종족적 질서를 내포한다. 천하관과 관련해서는 천하의 공간적 확대에 주목하고, 특히 유가적 천하관을 대표하는 ‘보천지하溥天之下 막비왕토莫非王土’의 해석에 있어서 시기적 변화를 살펴본다. 화이구분과 관련해서는 공자와 그 이후 유가들의 이적관, 『상서』 「순전」에 보이는 네 죄인의 추방에 대한 해석상의 변화, 그리고 무제 시기 『춘추번로』와 『사기』의 역사기술에 반영된 이적의 중화적 기원과 연계성에 관해 살펴본다. 이때 관련 개념들에 대한 해석상의 시기적 변화에 주목한다. 아울러 유가의 화이관이 문화적 차이가 아니라 종족적 차이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이 강조된다.


    일곱 번째 장, 천하의 지리적 구획과 크기__‘구주九州’ㆍ‘오복五服’ㆍ‘구복九服’ 등 초기 문헌에 나타나는 천하와 중국에 대한 지리적 관념체계를 다룬다. 구주는 하夏의 시조 우禹가 치수 이후 전국을 9개의 지방으로 구획했던 것에 기원한다. 오복과 구복은 중심부터 주변, 즉 왕과 제후 그리고 중원과 이민족 사이의 위계적 구조를 나타낸다. 구복은 천하의 크기와 구조에 있어서 오복이 크게 확장되고 세분화된 형태이다. 여기서는 특히 세 관념들 사이의 연관성에 주목함으로써 천하와 중국(및 이민족)의 크기와 그 내부구조를 드러낸다. 그와 함께 그러한 관념들이 정치권력의 통합과 확대를 반영함과 더불어 대외정책상의 논거로 제기되는 점에도 주목한다. 마지막으로 그러한 관념들이 후대 중국과 한반도의 관계 규정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살펴본다.


    제3부 대국의 권력구조


    여덟 번째 장, 중앙권력__중앙권력 기구와 그 권력자원에 대해서 다룬다. 중앙의 권력기구에는 최고통치자로서 황제와 그 측근들, 승상과 관료기구, 군대 등이 해당된다. 대국의 통치에는 권력구성 요소들의 복합적 성격으로 인해 근본적인 갈등이 존재했다. 황제로의 권력집중은 외척이나 환관의 득세를 가져왔고, 승상 등 관료기구를 약화시켰다. 군대와 장수에 대한 통제의 요구와 군사적 전문성 사이에도 내재적 긴장이 있었다. 토지ㆍ농업ㆍ상업ㆍ재정 등은 권력의 사회경제적 기반이지만 이들을 둘러싼 정부와 사회세력들의 대립이 두드러졌다. 지역간의 차이는 상업적 이익을 확대하여 중농억상 정책을 무력화시켰다. 화폐는 대국경제의 관리에 유용했지만, 불법주조 문제뿐 아니라 자급자족적 농업경제와는 모순되는 면이 있었다.


    아홉 번째 장, 지방권력과 행정__지방조직과 행정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권력의 지속적인 통합 과정에서 이루어진 지방조직의 형성과 변화이다. 제국의 지방행정 단위인 ‘현’과 ‘군’은 춘추전국시대 진행된 권력의 통합과 집중의 산물로서 진秦에 의한 통일 이전에 이미 보편적으로 구축되었다. 두 번째는 군현화의 완성이라 할 수 있는 봉건제후의 제거이다. 주로 전한前漢 시기 봉건제후의 거세를 위한 각종 정책들이 분석된다. 세 번째로 한의 지방구획과 지방행정이 다루어진다. 먼저 인구의 지리적 분포에 대한 분석을 통해 지리적 원근에 따른 군현적 지배의 차이를 밝힌다. 이어 군과 현의 행정책임자인 태수와 현령의 임면과 그들의 특징에 관해 살펴본다. 제국은 특히 지방정부의 문제해결 능력 제고와 지방권력에 대한 통제라는 상반된 요구에 직면했다.


    열 번째 장, 중심과 주변__광역에 대한 지배에서 발생하는 부가적인 문제들을 다룬다. 여기에는 크게 수도의 위치, 장성, 그리고 이민족에 대한 정책이 포함된다. 수도와 관련해서는 성읍국가ㆍ영토국가ㆍ통일국가에서 각기 상이하게 나타나는 특징들에 주목한다. 특히 수도의 중심성은 광역의 (통일)국가에서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이어 고대 중국의 두 정치경제적 중심지, 즉 관중關中의 서안 부근과 관동關東의 낙양 부근의 입지적 차이가 부각된다. 다음으로, 전국시대와 진한 시기에 축조된 장성을 다룬다. 장성은 단순히 농경과 유목의 구분에 입각한 방어가 아니라, 새로운 정복지의 방어와 추가적 공격을 위해서였다. 마지막으로 광역에 대한 군현적 지배의 제한된 형태로서, 도道ㆍ속방屬邦ㆍ부도위部都尉 등 각종 이민족 정책들을 살펴본다.


    열한 번째 장, 대국의 유산과 과제: 서구적 시각__서구에서의 관련 논의에 의거하여 중국의 대국적 규모에 따른 정치적 과제가 무엇인지 살펴본다. 한편으로는 중국의 전통적 정치체제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의 크기와 민주주의에 관한 서구의 담론을 정리한다. 전자와 관련해서 전통 중국의 대국적 속성과 그에 따른 정치 경제적 특징들, 이를테면 전제주의와 사회경제적 정체성停滯性 등이 강조된다. 후자와 관련해서는 폴리스의 직접 민주주의와 근대 사회계약론 등에 반영된 소국지향과 함께 근대에 규모가 커진 국민국가에서 국민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제기된 연방제와 대의제 논의들을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앞선 논의를 바탕으로 향후 중국 민주주의에 대한 시사점을 찾아본다.

     


    연구의 구상과 방식


    이 연구는 약 10여년에 걸친 산고의 결과다. 본래 현대 중국정치를 전공한 필자는 새로이 고문독해 능력과 더불어 고대사에 대한 기초지식을 쌓아야 했으며, 연구방법에 있어서도 기존의 역사학과 다른 정치학적 분석틀을 구축해야 했다. 연구는 처음부터 일정한 가설이나 결론을 갖고 진행될 수도 없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해결책은 달리 있지 않았고, 독서와 생각을 지속하면서 그 결과를 정리하고 거듭 수정해 나가는 일뿐이었다. 사실 연구의 대부분이 진행된 상황에서야 비로소 다시 체계를 잡을 수 있었다.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지만, 연구의 출발 역시 가능한 한 원전을 읽는 방식을 택했다. 원전에 대한 치중은 해석상 오류의 가능성도 있지만, 그에 반해 선입견이나 상반된 해석들로 인한 혼란을 줄일 수 있고, 가장 중요하게는 연구자의 목적에 따라 일관되고 때에 따라 새로운 해석을 시도할 수도 있는 장점이 있었다.


    책 곳곳에 삽입된 도표와 지도들도 이렇게 섬세하고 치밀한 연구 기록의 결과들이다. 방대하게 흩어져 있던 역사 자료들을 맥락에 맞춰 체계적으로 도표화했으며, 당시 상황을 증거하는 지도들도 일일이 고증을 거쳐 다시 그리거나 재수록한 것들이다.  


    ■  책 속에서 |


    ㆍ 그렇다면 좀 더 본질적이고 직접적인 질문을 해 보자. 중국은 언제부터 대국이 되었을까? 그리고 대국의 통치를 위한 정치체제는 어떤 것이었을까? 역사적으로 중국이 분열과 통합을 반복했던 것은 대국으로 유지되는 데 어떠한 내재적인 어려움이 있었음을 보여 주는 건 아닌가? 이와 함께 대국의 등장은 동아시아에 어떤 국제질서를 가져왔는가? 초기 대국화 과정과 그 결과로 형성된 대국의 정치체제 그리고 거기에 상응하는 국제질서에 대한 고찰은, 동아시아의 현재 질서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미래에 대한 전망의 출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본문 15쪽, ‘서문’ 중에서
     
    ㆍ 최근 중국에서 국가통합의 요구가 커지면서 ‘대일통大一統’의 시각에서 선진 시기 정치사상을 해석하는 글들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주지하는 것처럼 춘추 말 공자孔子나 노자老子등은 ‘도道’나 ‘인仁’과 같은 단일한 개념들을 통해 모든 인간과 사회에 보편적으로 관철되는 원리를 설명하고자 했다. 그와 함께 ‘천하’, ‘사해’, ‘사방’ 등과 같이 광역을 포괄하는 공간적 개념들도 등장했다. 그러한 시도들이 이제 ‘대일통’의 사상으로 표현되고, 통일제국의 형성을 위한 이념적 기반을 제공한 것으로 간주된다.
    ―본문 363쪽, ‘대국화의 정치이론’ 중에서


    ㆍ 진한 시기의 정치는 일종의 소용돌이 형태를 띠고 있다. 소용돌이에서 각각의 부분들은 가만히 있지 않고, 하나의 중심이나 핵의 흡인력에 의해 그 주위를 끊임없이 돌고 있다. 다만 그 흡인력은 중심과 각 구성원 사이의 거리에 반비례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소용돌이 정치는 크게 네 가지 특징을 갖는다. 첫째, 권력이 하나의 중심에 집중되는 경향을 갖는다. 둘째, 중심을 둘러싼 부분들은 고유한 내적 조직이나 구조를 이루기보다는 각기 개별적으로 중심을 지향한다. 셋째, 각각의 부분들은 그 거리에 따라 중심과 상이한 정도로 관계되지만, 권력의 작용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넷째, 마찬가지로 중심도 자신을 둘러싼 각 부분들의 요구나 도전에 직접 노출되어 있다. 진한 시기 소용돌이 현상은 정치체제의 중요한 특징이다
    ―본문 609쪽, ‘중앙권력’ 중에서


    ㆍ 그렇다고 우리는 국가로서 중국의 실체를 부인할 수는 없다. 여전히 국가는 가장 많은 권력자원을 보유하고 동원하는 단위이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동아시아가 과거와 같이 폐쇄된 공간이 아니라 세계질서의 일부인 것은 분명하지만,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특수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오늘날 중국의 인구나 경제력 그리고 거기에서 파생되는 엄청난 권력은 전통적 동아시아 질서의 특징, 즉 권력의 비대칭성을 상기시킨다. 그러한 비대칭성은 과거에는 지리적 제약과 주변국들의 저항능력에 의해 일정한 균형을 이루었다. 그럼에도 주변국들은 조공체제라고 하는 위계적 질서를 피하지 못했다. 근대 이후 부분적으로 국민국가 체제의 중요한 원칙으로서 국가의 주권에 의해, 부분적으로 다른 강대국들에 의한 세계적 차
    원의 권력구조에 의해, 그러한 그 비대칭성은 발휘되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제 자유무역을 매개로 하는 글로벌화로 인해 국가주권 원칙의 기반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더욱이 중국의 부상은 세계적 차원의 권력구조까지도 변화시킬 태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아시아에서 비대칭성은 과거보다 훨씬 전면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커지고 있다.
    ―본문 1047쪽, ‘결론’ 중에서

     


  • 책소개 작가소개 목차 미디어서평
  • 김영진

    입시특급장학생으로 경희대학교에 입학해 영어영문학 학사를 마치고, 서울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국민대학교 중국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간 베이징대학 방문학자, 클레어몬트매케나칼리지(Claremont McKenna College)와 퍼시픽대학(University of the Pacific) 교환교수를 지냈다.

     

     

    최근에는 중국과 동아시아 관계사에 주목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ㆍ중ㆍ일 삼국의 유일한 전면전인 임진왜란을 다룬 이 책을 상재하기 위해, 「중화 질서의 이론과 실제: 임진왜란 초기 조명관계를 예로」, 「임진왜란 초기 제3국 국제협력 방안에 대한 고찰」, 「임진왜란 초기 명의 파병과 조명관계의 실제」, 「임진왜란 이후 명군철수 협상에 대한 고찰」등 치밀한 선행 연구들을 이끌어왔다. 대표적인 관련 저술로 『중국, 대국의 신화: 중화제국 정치의 토대』가 있다.

  • 책소개 작가소개 목차 미디어서평
  • 서문


    제1부 대국화의 전개


    | 첫 번째 | 대국 형성의 메커니즘
    1. 권력 크기의 이론적 접근
    권력의 양적 크기/권력자원의 정합성 요구/국가의 최적 크기/권력확대의 메커니즘
    2. 권력통합의 전개
    초기국가와 단급체제/다급체제와 군현제/영토의 확대/통합의 성공과 실패/봉건제와 조공체제


    | 두 번째 | 대국의 역사적 형성
    1. 역사의 시작: 분산된 구조
    2. 문헌상의 초기국가들
    3. 주의 봉건제: 통합의 시작
    4. 춘추시대와 패자: 분열과 통합
    주의 쇠락과 패자의 등장/최초의 패자, 제齊/진晉의 장기적 패권/초의 등장/오와 월의 경쟁
    5. 전국시대와 중원의 통일
    춘추에서 전국시대로/진의 등장/진의 승리와 그 의의


    | 세 번째 | 대외팽창의 과정과 패턴
    1. 초기의 주변 민족들
    2. 흉노匈奴
    흉노의 등장/흉노의 복속/흉노의 저항
    3. 강족羌族
    강족과의 접촉/강족의 복속/강족의 저항
    4. 파巴·촉蜀, 서남이西南夷, 무릉장사만武陵長沙蠻
    파·촉/서남이/무릉장사만
    5. 남월南越과 동월東越
    남월의 출현/진의 3군과 남월국/한의 남월정복/남월의 저항/동월
    6. 조선朝鮮과 한사군漢四郡
    전사/한사군의 설치/한사군의 운영과 폐지
    7. 서역西域
    서역의 등장/한의 서역 공략/서역도호부


    | 네 번째 | 대외정책과 동아시아 국제질서
    1. 비대칭적 균형
    2. 대외정책 논의
    초기의 논의/전한 초기/무제 시기/무제 이후/후한 시기
    3. 대외정책의 개념적 분석
    배경/목표와 수단/현실적 지배형태
    4. 조공체제의 등장
    역사적 기원/제국의 조공체제/동아시아의 사례/종합

     


    제2부 대국화의 이념


    | 다섯 번째 | 대국화의 정치이론
    1. 국가권력의 기능
    2. 자연상태와 국가의 기원
    유가와 계몽의 정치/갈등의 조정: 묵가·법가/도가와 무위자연/절충주의
    3. 통합적 정치질서 구상
    유가와 일국의 확대/묵자의 전체적 사고/도가의 자연적 천하/법가의 국가주의와 패권적 천하/통일제국의 통치원리: 제帝·왕王·패覇


    | 여섯 번째 | 대외질서 관념의 변천: 천하관과 화이구분
    1. 정치질서와 외부관념
    2. 천하관天下觀의 형성과 변화
    천하관의 등장/천하의 공간적 확대
    3. 화이구분華夷區分의 형성과 변화
    화이구분의 등장/초기 정치사상과 화이관
    4. 통일제국에서 중화와 이적
    진의 통일과 화이질서/한의 화이구분/『사기』의 역사기술/문화민족주의


    | 일곱 번째 | 천하의 지리적 구획와 크기
    1. 공간구획의 정치학
    2. 구주九州와 오복五服·구복九服
    오복/구복
    3. 역사적 의미와 평가
    4. 오복·구복과 한반도
    5. 종합

     


    제3부 대국의 권력구조


    | 여덟 번째 | 중앙권력
    1. 황제
    초기 통치자의 칭호/칭제의 시작/제국의 황제/외척정치/환관정치/종합
    2. 중앙의 통치기구
    승상丞相/어사대부御史大夫와 태위太尉/구경九卿/내조內朝(중조中朝)
    3. 군사력과 군대
    고대의 전쟁과 군대/통일제국의 군사제도/병력과 군사비 규모/병역제도/군대조직
    4. 권력의 사회경제적 기반
    제국과 재분배/토지와 농업생산/상업과 중농정책의 한계/화폐/조세와 국가재정/전매·평준·균수/자연경제구역과 기후변화


    | 아홉 번째 | 지방권력과 행정
    1. 지방권력의 형성
    성읍체제에서 지방/영토국가와 지방구획/군현화의 전개/진의 36군(47군)
    2. 봉건제후의 종말
    진 통일의 의의/항우와 봉건제후/고조의 동성제후/봉건제후의 거세/봉건론의 지속
    3. 한제국의 지방행정
    지방행정 체제/군의 구획/군행정과 군태수/현행정과 현령/기층조직과 호적/동해군東海郡의 사례/지방 3급체제


    | 열 번째 | 중심과 주변
    1. 수도
    성읍국가와 수도/영토국가와 수도/통일국가의 수도
    2. 만리장성
    초기 장성/진의 통일과 장성/한무제의 장성/당대의 평가/장성의 목적과 기능
    3. 이민족 정책
    도道/속방屬邦(속국屬國)/부도위部都尉/종합


    | 열한 번째 | 대국의 유산과 과제: 서구적 시각
    1. 국가 규모의 정치경제
    2. 중국의 대국적 특징들
    자유의 부재/정체성/아시아적 생산양식/동양적 전제주의/자본주의 형성의 실패
    3. 민주주의와 국가의 크기
    도시국가와 소국지향/로마제국과 그 유산/사회계약론에서 국가의 크기/연방제 국가의 출현/대의제 민주주의의 등장/현대적 논의
    4. 중국 정치의 과제

     


    결론

    그림(지도)과 표 목록/참고문헌/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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