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위대한 기적인가, 지상의 악마인가?

  • 사람의무늬
  • 인문
  • 임종식 지음
출간일 2015-07-10
ISBN 979-11-5550-113-9
면수/판형 변형판 140x210·200쪽
가격 14,000원
종이책구매
바로가기
  • yes24
  • 알라딘
  • interpark
  • 교보문고
  • 책소개 작가소개 목차 미디어서평
  • “인간의 가치가 동물의 가치보다 크다는 것은

    이데올로기적 환상에 불과하다. 인간우월주의의 진실을

    더 이상 판도라의 상자에 묻어둘 수는 없다”

     

     

    출간 의의


    인간이 지금처럼 제왕적 지위를 누려도 되는 것인가? 이 책의 저자는 인간종의 암울한 이면을 극명하게 조명하고, 인간의 전횡으로부터 타종을 구해야 한다고 선언한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이성을 가졌기에 고결하고 존엄할 뿐 아니라 동물적인 욕정과 욕구를 제어할 수 있다고 배웠다. 하지만 저자는 그동안 세뇌를 당한 것은 아닌지, 제2차 세계대전 승리의 주역인 처칠을 따라 돼지의 세계관에 한 표를 던져야 하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보자고 제안한다. “나는 돼지를 좋아한다오. 개는 우리를 우러러보고 고양이는 얕잡아보지만, 돼지는 동등하게 취급하기 때문이오”(윈스턴 처칠).

    ‘지상의 악마’라는 오명을 벗고 타종과 동등한 본연의 신분을 회복할 것을 주문하는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바이러스의 생존방식을 고집하는 유기체로서의, 지구공동체의 암적 존재로서의, 엔트로피 가속기로서의, 지상의 악마로서의 인간의 표상을 조명하고, 인간을 불량동물로 전락시킨 오만과 편견의 실체를 규명함으로써 자기성찰을 시작한다.


    제2장은 동물의 고통에 둔감한 신앙인들을 향해 화살을 겨누고 있다. 신앙인을 자처하며 모피를 걸치거나 개고기에 탐닉하고 동물실험과 환경 파괴에 앞장서는 사람들은 사후에 횡령혐의와 재물손괴혐으로 추궁을 당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성서를 중심으로 그렇게 보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신이 인간에게 제왕적 지위를 부여했다’는 신념을 논박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제3장에서는 동물에 대한 착시 교정에 들어간다. “동물이 정말로 바보인가?”라는 물음을 화두로, 이성, 도덕, 언어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동물의 권리를 부정하거나, 인간의 능력이 우월하다는 이유로 인간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은 궤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단정한다. 그와 같이 주장하는 것은 마치 “사과는 좌파다. 모두 북으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만큼이나 황당하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동물권 부정론에 대한 치명적인 반론인 ‘주변부 사람들 논변’을 다루고 있는 제4장에서 저자는 보다 확고한 입장을 취한다. 동물의 권리를 부정하는 것은 중증의 치매환자나 발당장애인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해도 무방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입장이며, 우리보다 강하고 뛰어난 외계종이 지구를 접수한다면 기꺼이 그들에게 사육당하고 식탁에 올라가겠다는 마음가짐 없이는 위의 입장을 반박할 수 없다고 확언한다.

    치밀하게 논리를 전개하고 있음에도 정형화의 틀을 넘어 흥미를 일깨우며, 다양한 사례와 삽화 그리고 유머 섞인 설명이 흥미를 더해준다. 이 책을 통해 인간과 동물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될 것을 믿어마지 않는다.

     
     
    본문 들여다보기 


    붓다가 전세에 시비왕(尸毘王)으로 태어났을 때의 일이다. 산책을 하던 왕의 품으로 비둘기 한 마리가 황급히 날아들고는 겨드랑이로 파고들며 애원했다. “제발 숨겨주세요. 매가 잡아먹으려고 해요”. 곧이어 뒤쫓던 매가 나뭇가지에 앉더니 원망조로 자신의 먹이를 내놓을 것을 요구한다. “나는 모든 중생을 괴로움에서 구하겠노라 결심한 바 있다”. 왕이 거절하자, “나도 당신이 구하고자 한 중생이다”며 매가 맞선다. 고민에 빠진 왕이 물었다. “비둘기를 내어줄 수는 없으니 대신 원하는 것을 말해보아라”. 그러자 매는 비둘기 무게의 따뜻한 고기를 요구했다. 산목숨을 죽여야 따뜻한 고기를 얻을 수 있었기에 왕은 자신의 살점을 내어주기로 결정한다. 다리 살점을 도려내 저울에 올려놓았으나 저울은 비둘기 쪽으로 기울었고, 아무리 살점을 더해도 소용없었다. 마침내 왕은 자신의 온 몸을 저울 위에 올려놓는다. 그제야 저울은 수평을 이뤘고, 왕은 잃었던 살점 모두를 되찾는다. 매는 시비왕의 자비심을 시험하고자 몸을 바꾼 불법의 수호신 제석천(帝釋天)이었으며, 비둘기는 제석천의 명령으로 몸을 바꾼 비수갈마천(毗首?摩天)이었다. 『대지도론』 제4권에 나오는 시비왕 본생담(本{生譚)이다.


    “하찮은 생명은 어디에도 없다”. “모든 생명의 무게는 동일하다”. 시비왕 본생담이 우리 인간중심주의 사회에 던지는 시사점이 실로 적지 않다. 인간에게만 본래적 가치가 있다는 생각은 욕구가 빚어낸 이데올로기적 환상은 아닌가? 잘못된 생각은 잘못된 행동을 낳게 마련이다. 우리를 가두고 있는 이념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이 땅에서 비명과 원성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이 자정의지를 기르고 동물의 원성을 줄일 수 있는 하나의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을 쓰게 된 보다 직접적인 이유는 인간과 동물 사이에 고통의 무게에 차이가 있느냐는 물음 때문이었다. 고대 아시리아인들은 산 채로 포로의 살가죽을 벗겼고, 산 채로 말뚝에 뀄으며, 노예로 부릴 때는 도망가지 못하도록 앞을 못 보게 만들었다. 반인륜적 야만임에 틀림없다. 그 야만의 그림자가 지금 이곳에 드리워져 있다는 사실은 실로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인간에서 동물로 말을 갈아탄 것이 우리에 내재된 가학적 욕구가 약자인 동물을 향해 분출된 것은 아닌지 반문해볼 일이다.


    “선택된 강자는 인류를 위해 사회의 도덕률을 넘어설 권리를 가질 수 있다. 한 마리의 이에 불과한 저 전당포 노파를 죽여도 된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에서 가난한 대학생 라스콜리니코프는 스스로에게 권리를 부여하고 행사에 나선다. 아시리아인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들에게 반기를 드는 자에게는 죽임을 당하지 않을 권리 도 고통받지 않을 권리도 없다고 여겼을 것이다. 인간중심주의자, 인간우월주의자, 종차별주의자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그들 역시 스스로에게 권리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아시리아인이나 라스콜리니코프보다 오히려 죄질이 나쁘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에게 반기를 든 적도 우리를 착취한 적도 없는 절대 약자를 상대로 권리 아닌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만 이성, 도덕, 언어 능력이 있다는 것이, 신이 우리에게 제왕적 지위를 부여했다는 것이 우리 인간들의 주장이다. 그래서 동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정당하다는 것이나, 논의된 바와 같이 자기 합리화를 위한 궤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더 이상 인간중심주의의 진실을 판도라의 상자에 묻어둘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기에는 동물이 겪는 고통이 너무도 혹독하기 때문이다.

    동물 학대는 명백히 범죄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누구에게도 어떤 이유로든 타자에게 고통을 안길 권리는 없다. 그 대상이 인간이건 아니건 간에 말이다. 더 이상 치졸한 논리로 자라는 세대까지도 기망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역사학자 홉스봄(Eric Hobsbawm)은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고 했다. 육류 소비량을 10%만 줄여도 인류가 먹을 곡류 생산량이 1,200만 톤 증가한다고 한다. 매년 기아로 죽어가는 6,000만 명을 살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만큼 동물의 고통도 줄어든다는 얘기다. 동물복지인증 축산물을 선택하고, 모피와 동물실험을 거친 제품을 거부하는 것도 동물의 고통을 줄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도덕의 중요한 기능임을 상기해야 할 것이며, 우리의 의지가 법보다 빨리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에필로그> 중에서

  • 책소개 작가소개 목차 미디어서평
  • 임종식

    성균관대학교 유학과 학부를 마치고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철학과에서 윤리학과 행위철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와 카이스트에서 강의를 해왔으며, 현재 성균관대학교 학부대학 초빙교수로 있다. 현실 문제를 화두로 의도에 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신과 관련된 제반 철학적 물음들과 죽음과 관련된 형이상학적 물음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형사법과 살해의도≫, ≪개고기를 먹든 말든 상대주의의 오류≫ 등의 저서와, ≪지식의 최전선≫, ≪생명의 위기≫ 등 다수의 공저가 있다. ≪정의와 다원적 평등≫을 공동번역 했고, ≪과학의 발전과 윤리적 고민≫을 편집했다. <Physician Assisted Suicide>, <생명권과 자의적인 안락사>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 책소개 작가소개 목차 미디어서평
  • 들어가는 말

     

    1. 인간의 정체는? 피코 vs. 스미스 요원

     

    2. 존재의 거대한 사슬, 창조섭리의 거대한 왜곡

    신이 인간에게 제왕적 지위를 부여했는가?

    제왕적 지위를 입증할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신을 더 닮았다는 것이 서열상 우위에 있다는 것을 함축하는가 ?

    창세기 1장 28절이 우리에게 면죄부를 부여했는가?

     

    3. 동물이 정말로 바보인가?

     

    이성이라는 칼로 동물을 재단할 수 있는가?

    도덕이라는 칼로 동물을 재단할 수 있는가?

    언어라는 칼로 동물을 재단할 수 있는가?

    능력이 크다는 것이 우월하다는 것을 함축하는가?

     

    4. 동물에게 권리가 없다면 치매환자는 어떠한가?


    주변부 사람들 논변

    동물을 짐승 취급하려면 치매 환자도 짐승 취급해야 한다

     

    반론 1

    봉지에 들었다고 마카데미아를 땅콩 취급할 수 없다


    재반론

    봉지에 든 땅콩이 밉다고 접시에 놓인 땅콩을 미워할 수 없다

     

    반론 2

    타종을 차별하지 않고는 참된 의무를 이행할 수 없다

     

    재반론 1

    종을 분류하고자 한다면 진화를 포기해야 한다

     

    재반론 2

    종이 도덕에 관계된 특질이라면 외계종의 식탁에 기꺼이 올라가야 한다

     

    에필로그

최근검색도서

관심도서

TOP
출판부홈 카테고리 최근검색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