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에르케고어의 불안과 자유의 상관관계를 해석해
인간의 원천성에 대해 고찰하고,
정신분석학 또는 심층심리학의 사상적 연원으로써 불안의 개념 탐색”
책의 출간 의의
국내에서 정신분석 연구가 활발함에도 불구하고 사상적 연원 측면에서 키에르케고어와 관련한 연구가 아직 일천한 현실이다. 이러한 차에 키에르케고어의 저작을 관통하는 불안과 자유의 상관관계를 해석해 인간의 원천성에 대해 세밀히 고찰하고, 현대사회에서 주목하는 정신분석학 또는 심층심리학의 사상적 연원으로써 불안의 개념을 탐색한 이 책의 출간은 매우 시의적절한 일이다.
키에르케고어가 불안을 통해 설명하려고 했던 인간의 내면적 본질에 대한 탐구는 현대 정신분석학과 심리학의 관심사인 개인의 우울이나 불안과 같은 현대적인 문제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키에르케고어는 이전의 철학자들이 삶의 단편적 양상으로 바라보았던 불안을 인간의 본성과 관련해 탐구해야 할 중요한 가치로 보고 이를 철학사의 장으로 끌어들였다.
현대 문화에서 불안은 일반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는 중요한 개념이 되고 있는데, 이는 인간 정신이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불투명한 내면의 지점과 관계하는 불안이 현대인들에게 이질화의 경험을 이끌며 인간의 삶에 대한 새로운 사유를 도출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키에르케고어의 실존적 불안에 대한 심오한 해석은 두 세기가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그는 실존적 개인성을 상실하게 만드는 일체의 시도에 맞서는 철학을 통해 새롭게 인간 주체를 인식할 수 있도록 물꼬를 튼 사상가이기 때문이다.
키에르케고어에게 있어 불안이란?
그렇다면 키에르케고어에게 있어 불안이란 무엇인가?
인간 내면의 복잡하고 헤아릴 수 없는 저 깊은 심연에서 모든 개인이 제각기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기분이 불안이다. 이런 불안은 죄를 짓기 이전의 평화와 안식의 상태인 순진함에서 출발한다. 맑고 깨끗한 순진무구함의 상태인 순진함은 처음으로 불안이 출현하는 상태이며, 다른 형태의 불안을 분석하기 위한 중요한 첫 지점이다. 순진함의 상태에서 만나는 불안은 장차 자기의식이 깨어날 때 뒤따를 자유를 예감하는 자신의 가능성에 대한 불안이다. 순진함으로서의 불안은 자아가 아직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낮은 단계의 불안이라고 할 수 있다. 순진함의 상태에서의 불안은 정신이 전제되지만, 자기와 관계 맺는 것을 실패하는 절망 이전에 다가오는 것이다.
키에르케고어는 그의 저서 <불안의 개념>을 통해 인간에게 잠재된 불안을 구체화해 드러내준다. 여기서 논구한 불안은 인간학적 의미의 자유를 탐색한 실험적 심리학이었다. 불안에 대한 성찰은 개인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창조할 수 있는 자유를 회복시켜준다. 자유는 새로운 가능성을 잉태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으려 전개하는 각종 형태의 혁신이라는 활동도 결국 키에르케고어가 이미 선취해 다룬 가능성의 불안과 다름없는 것이다.
구체적 존재로서 개인이 가능성에 대한 가능성으로의 미지의 가능성 앞에서 느끼는 ‘자유의 현기증’이 곧 불안이다. 가능성은 자기 안에서 ‘확장하는 요인’을 예감해 자기를 제약하는 부자유의 상태를 극복하도록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적 의미에서 불안은 새로운 혁신이나 창의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면서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잉태하는 자유와의 상관관계를 통해 인간의 원천성을 세밀하게 고찰할 수 있는 개념이다.
불안의 개념을 통해 인간이 스스로의 내면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것은 현대 인간학의 과제이면서 동시에 종교에 미뤄놓은 과제이기도 하다. 인간은 진정한 내면성을 획득하기 위해 부단히 자신을 넘어서고자 하는데, 그것은 자유를 근거로 하는 초월을 통해 가능하다. 그래서 인간학적 의미의 자유를 고찰하는 철학의 역사 안에서 종교적이고 신학적 사유가 낳는 자유와의 양립 가능성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다.
본문 들여다보기
내 영혼은 하도 무거워서 어떤 사상도 그것을 지탱할 수가 없고,
어떤 날개도 그것을 하늘 높이 들어 올릴 수 없다.
나의 내밀한 마음의 공간에는 지진을 예감하는 중압감으로
우울과 불안이 감돌고 있다.
인간의 정신은 의식을 점진적으로 증가하게 하여 좀 더 높은 차원의 형식으로 인도하려는 무한성의 운동이 있는데, 우울은 이 중심 주위를 역행적으로 돌며 진심으로 의욕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든다. 말이 없는 밤의 적막을 유일한 자신의 심복이라며 밤이 만들어주는 환상의 산물들을 좋아하는 A에게 자기 자신은 증발한다. 우울 속에서 감정은 공상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자기와 연관된 시간은 없어지며, 자신이 환상이 되는 상태는 라캉의 거울단계와 다름없다. 개인이 심미적으로 추상적인 운동에 매몰되면 자신에게 환상적으로 되비쳐진 가능성의 거울은 거짓을 말한다. 자기 환상 속에 사로잡혀 소통이 되지 않는 A는 자기 폐쇄성의 상태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자기 관계를 맺지 못하는 심미적 실존의 바닥에는 불안이 서려 있다. 불안의 가능성에 빠질 경우, 인간은 우울한 마음을 지닌 채 불안을 쫓아간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美)RHODE ISLAND SCHOOL OF DESIGN 대학원을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학과에서 박사를 받았다. 1998년부터 현재까지 성균관대학교 영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예술대학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 <중국 6세대 영화, 삶의 본질을 말하다>(2008), <불안, 키에르케고어의 실험적 심리학>(2015), <불안은 감각을 잠식한다>(2020) 등이 있다.
서문
1장 실존과 불안
1. 실존적 불안과 내면성
2. 불안의 개념을 정초하기 위한 원죄의 해석
3. 불안에 얽매인 자유의 회복인 ‘반복’
2장 근본적 불안
1. 불안이라는 심리적 기분
2. 순진함의 불안
3. 자기의식의 획득에 따른 불안
3장 실존 단계의 철학과 불안
1. 심미적 실존의 존재가 느끼는 불안
2. 윤리적 실존의 한계에서 느끼는 불안
3. 종교적 실존과 영원한 존재와의 평등
4장 관계의 변증법과 불안이 심화된 절망
1. 영원성과 시간성
2. 무한성과 유한성
3. 필연성이 결여된 가능성의 절망
5장 자유의 회복인 불안
1. 자유의 현실성인 가능성
2. 자유와 필연성의 상보성
3. 가능성을 실현하는 선택과 자유
4. 불안을 경유한 실존적 자유의 회복
6장 자기 자신에게 잠재된 가능성을 열어주는 ‘불안’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