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론의 여러 근본 문제들에 대해 새로운 통찰과 해결책을 제시
이 책은?
인간 지식의 본성과 한계를 다루는 인식론은 철학의 오래된 핵심 분야이다. 따라서 관련 서적도 그만큼 많이 출간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다음과 같은 아쉬움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기존의 인식론 책들은 인식 정당화의 개념을 근본적인 측면에서 주관적(subjective)이고, 정적(靜的, static)인 모델을 토대로 이해한다. 또한 정당화를 단지 이론추론(theoretical reasoning)의 틀 속에서 다룬다. 그러나 필자가 생각하기에 데카르트 이래로 수없이 많은 뛰어난 철학자들이 인식론의 여러 근본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노력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가장 핵심적인 문제들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남아 있는 이유가 이러한 문제들을 위와 같은 근본적인 제약조건하에서 풀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세계에 관한 정보를 지각, 기억 및 내성을 통해 얻는다. 또한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귀납추론을 사용한다. 그런데 우리의 지각, 기억 및 내성이 신뢰할 만한 정보의 원천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또한 귀납추론이 지금까지 신뢰할 만한 것이었다고 할지라도 앞으로도 그럴 것임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첫 번째 문제는 인식론의 근본 원리들을 인식적 순환성이 없이 어떻게 정당화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두 번째 문제는 귀납추론을 어떻게 논리적으로 정당화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이 두 문제에 관해서는 아직까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해결책이 없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러한 근본 문제들이 인식론의 스캔들로 남아 있는 이유는 이것들을 단지 이론추론의 틀 속에서 해결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책에서 실천추론(practical reasoning)을 사용함으로써 위의 두 근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존의 인식론 책들은 인식론의 문제를 주관적이고 정적인 정당화 모델을 토대로 또한 단지 이론추론의 틀 속에서만 다루기 때문에 인식론의 중요 문제에 대해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대신에 상호 대립하는 여러 견해를 소개하는 데 그치고 있다. 필자의 책은 이러한 문제점을 지양하고, 인식론의 여러 근본 문제들에 대해 새로운 통찰과 해결책을 제시한다. 또한 필자는 인식론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 이와 같은 새로운 접근 방식을 통해 인식론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각에서 조망할 수 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집필했다.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철학과에서 세계적인 논리학자인 아닐 굽타의 지도하에 논리적 역설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철학과 교수이다. 주로 현대 인식론, 언어철학 및 논리철학에 관련된 철학의 근본 문제들에 대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논리학 회와 한국분석철학회가 각각 발행하는 등재지 <논리연구>와 <철학적 분석>의 편집위원장을 역임했다. 또한 한국논리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분석철학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대표 저서로 <표상의 언어에서 추론의 언어로>와 <코어 논리학>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