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대한민국학술원 선정 우수학술도서

최근 우리 사회는 일본역사교과서 문제로 한일간의 여러 갈등이 노정되고 있다. 나아가 문제가 된 역사교과서를 우리 출판인들이 번역하기 위해 앞다투고 있는 현실이다. 이제 이러한 현재의 문제를 역사적 연원을 따져가며 차분히 살펴보게 하는 번역서가 출간되었다.

원제목은 『日本思想論爭史』.사상논쟁의 경우 논쟁이 전개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이론에 대한 자각과 함께 논쟁 상대의 이론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이루어져야 한다. 대립하는 사상가 또는 사상가 집단이 어떤 특정한 문제에 대하여 마주보고 다툰다는 의미의 논쟁은 일본에서는 근대 이후에 분명히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논쟁을 이상과 같이 이해할 때 일본사상사에서 사상대립이 논쟁의 형태를 취한 것은 먼저 신,유,불 삼교의 사상을 축으로 하여 전개된 논쟁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논쟁의 출발점으로 제1장에서 외래사상 수용 후에 일본화 문제를 중심으로 행해지는 신불습합론(神佛習合論)과 신구 불교의 대립과정을 선명하게 나타내고 있다.제2장에서는 중세의 역사의식과 미의식을 둘러싼 대립점을 다루었으며 3,4장에서는 새롭게 대두한 주자학과 종래 일본의 사유형태와 전혀 다른 그리스도교와 대결하는 신(神),유(儒),불(佛),그리스도교 간의 이질적 대립문제를 첨예하게 드러내고 있다.또한 일본의 무사도(武士道) 논쟁을 통하여 무사의 이상적인 자세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인 정치의 장에서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장에서는 막부말기-유신의 국가형태에 관한 논쟁과 국민 도덕이란 어떤 것인가를 둘러싼 논쟁을 드러내며 마무리 하고 있다.

일본 역사 상에서 전개된 시대의 다양한 대립과 논쟁의 역사를 더듬는 것은 "인간 존재의 역사성"을 다시 한번 재확인하는 것이다. 과거의 여러 사상의 대립과 논쟁이 초래한 문제는 오래된 것이면서도 항상 새로운 과제로 현대의 일본인들에게 계속 제시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제시될 것임이 분명하다.그러한 의미에서 과거 일본 사상가들이 고뇌하면서 논쟁을 전개했던 그 성과와 의의를 살펴보는 것은 이웃나라 대한민국 지식인들도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