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전통은 때로 구태의연하고 빛바랜 이미지로 다가선다. 이는 유학(儒學)의 정신을 교시로 표방하는 성균관대학교 내 유교문화연구소에서 다시 유교경전 번역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그다지 특별한 기대감으로 다가서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가의 한 귀퉁이에 꽂혀 있는 기존의 수많은 번역서들과 어떤 특별한 차이라도 있단 말인가? 이러한 물음은 유교문화연구소 집필진들이 <논어>에 이어 <맹자>를 공동번역하면서 줄곧 가졌던 의문이고, 몇 해의 우여곡절을 겪었던 속내 사정이기도 하다.
작년 <교수신문>에서 ‘고전번역 비평-국내 최고 번역본을 찾아서’에서 유교문화연구소가 옮긴 <논어>를 동양고전연구회의 번역본과 더불어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추천받는 책으로 손꼽기도 하였다. 유교문화연구소의 ‘기본에 충실하자’는 자세로 옮긴 경전번역이 오히려 가장 현대적인 맥락으로 다가선 것이다. 올해 출간된 <맹자> 역시 같은 맥락에서 집필되었다.유학사상의 본질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유교경전에 대한 충실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몇몇의 역저들을 제외하고 그동안 출간되었던 번역서들의 대부분은 기존 사유에 대하여 1:1로 맞대응하면서 자의적인 해석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다. 유교문화연구소 공동 집필진들은 이 점을 고려하여 근현대의 굴절 속에서 조선의 지식인들이 애독하고 이해하였던 주자의 주석을 바탕으로 본문의 내용을 풀이하고자 하였다.
이 책의 구성은 조선조 지식인의 경전해석을 이해하기 위해서 당시 국가 공인본이었던 ‘언해’를 필두로, 원문의 정확한 해석을 위해 ‘직역’과 ‘자해’를 달았다. 특히 독자들이 구절이나 전체적 내용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의해’ 부분과 각 장의 ‘요지’를 첨부하고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구구절절이 맥락을 놓치지 않으려는 이러한 시도는 기존의 번역서들이 지닌 장점을 종합하면서 새로운 이해를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필진소개_유교경전번역총서 편찬위원회
□ 위원장: 오석원
□ 편집위원: 오석원, 이기동, 최일범
□ 교열위원: 장재한
□ 집필 및 교열: 윤무학, 이명수, 임옥균, 함현찬
□ 편집 실무: 이천승, 이행훈, 박광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