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각의 미술관’에 들어오면, 모든 미술품을 촉각으로 느낄 수 있다.
촉각의 미술관에는 그림, 사진, 판화 등이 전시되어 있지만, 앞으로 도자기나 조각품 같은 장르를 달리한 미술품들이 추가된다면 더욱 풍성한 촉각의 만끽이 이루어지리라 기대한다. 문제는, 적어도 우리와 같은 미술사학자들이 오랫동안 우리가 다루는 연구 대상을 ‘시각예술’ 혹은 ‘조형언어’라 부르며 그렇게 믿어왔다는 사실이다. 시각적이고 언어적인 예술품들은 우리의 시각적 관찰과 이지적 언어로 인지되고 해석되는 대상이었다. 그런데 ‘촉각’이란 피부로 느끼는 동물적이고 육감적인 감각이라, 기본적으로 시각과는 그 차원이 다르고 또한 분명히 비(非)언어적인 세계이다. 그렇다면, 시각예술이며 조형언어이던 예술품을 어떻게 ‘촉각’으로 느끼면서 연구를 할 수 있는가? 그것이 가능한가? 그러나, 감각 중에서도 가장 말초적인 ‘촉각’으로 새로운 연구를 해보자는 제안이 대두되었을 때, 이 책의 저자들은 미소를 머금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이미 ‘촉각’이란 화두가 사회문화사 연구 및 각종 새로운 영상매체 개발에 도입된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는 이미 촉각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세대였기 때문일 것이다.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동아시아학과 부교수.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에서 조선후기 산수유람의 기행시문과 겸재 정선 산수화의 관련성을 밝힌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같은 대학교 미술사학과에서 화조화의 정치성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이화여대 한국문화연구원, 미국 시카고대 동아시아시각물질연구원, 서울대 규장각한 국학연구원, 중국 사회과학원, 대만 중앙연구원 등에 머물면서, 전근대기 그림의 향유자가 학자이자 위정자였던 상황에 입각하여 그림의 문학적 내면과 그림의 사회문화적 역할을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미술학과 부교수. 캐나다 매길대학(McGill University) 미술 사학과에서 근대기 일본의 사진술 도입과 풍경 인식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피츠버그 대학, 세인즈버리 연구소 박사 후 연구원을 거쳐, 조지아 주립대학에서 조교수로 재직했다. 한일 근현대미술과 시각문화, 사진사, 물질문화 연구, 동시대 미술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화여자대학교 미술사학과에서 한국회화사를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화여대박물관에서 근무하였으며, 현재 문화유산청 문화유산전문위원(동산문화재 분과)으로 활동하고 있다. 근대미술에서의 전통, 미술과 젠더, 일본 미술계와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혼종의 시기로서의 근대에 매력을 느끼며 한국 근대미술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 충남대, 서울시립대, 덕성여대, SADI에서 강의했다. 미국 하버드옌칭연구소와 보스턴미술관 연구원을 거쳐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역임했다. 국외소재 한국 문화유산의 역사, 젠더와 미술의 관계, 서화의 형식 문제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건국대·숙명여대 강사. 이화여자대학교 미술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미술연구소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동아시아의 근대 시각 이미지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명지대학교 미술사학과에서 부교수로 재직 중이며 조선시대 궁중 회화와 시각문화를 연구하는 미술사학자이다. 동아시아의 역동적인 문화 교류 속에서 한국 미술의 역할과 역사를 조명하며, 전통적인 미술사 연구를 넘어 유물의 물질성, 사회적 삶, 출처 연구, 그리고 미술과 젠더, 생태적 관점의 교차에 관한 연구를 다각적으로 진행해 왔다.
원광대학교 역사문화학과 교수.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에서 미술사학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전라북도 문화재위원, 한국민화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조선 후기 서화합벽첩에 대한 연구를 시작으로 조선시대 고사인물화와 채색화를 연구하고 있으며, 근대기 대중들이 향유한 이른바 민화 분야로 관심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국가유산청 문화유산감정위원.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을 지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홍익대, 국민대 등에서 강의를 했으며, 현재 서울대와 이화여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명말 강남 문인들의 예술 취향에 대한 관심을 시작으로 한국과 중국의 회화 교류와 화훼화로 연구 범위를 넓혀왔으며, 화보(畵譜)를 위시한 판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 조교수.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조대 궁중회 화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하버드옌칭연구소(Harvard-Yenching Institute) 객원연구원을 지냈다. 조선과 청의 궁중 회화를 통해 미술에 담긴 정치성을 연구해왔다. 조선 후기 물질문화와 여성 미술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글을 쓰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네르바 교양대학 교수.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미술 및 건축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영국 세인즈베리 일본예술연구소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이화여자대학교와 홍익대학교 초빙교수로 동아시아 미술을 가르쳤으며, 건축과 미술의 관계, 국가와 매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각 및 물질문화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촉각의 미술관’을 열며
1부 매체, 촉각의 속성
그림을 만지다–조선시대 학자들의 촉각적 그림 감상: 고연희
그림 감상의 감각이었던, 촉각
관계성이 인도하는 감동
예술성이 야기하는 반응
촉각적 감상으로 다시 보는 그림의 속성
스리모노(摺物)의 물성 표현과 문화적 유희성: 이정은
눈으로 만지고, 손으로 감각하는 판화, 스리모노
에도 후기 문인들의 활동과 스리모노의 유행
이미지와 텍스트의 상호작용
교카 그룹에 의한 시리즈 스리모노
공예미의 극대화, 스리모노 제작 과정 및 정교하고 화려한 기법
교양인들의 자기 표현과 지적・문화적 유희
회화 연구에서 감각을 다루기 위하여
만지는 사진, 느끼는 사진-초창기 일본 사진과 촉각: 김계원
사진과 촉각은 어떻게 만나는가
암상자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마법
‘문명’을 연출하고 ‘문명’을 잡아 쥐는 기술
사진, 만지고 지니고 느끼는 정동의 사물
촉각을 통해 새롭게 보이는 것들
2부 물상, 촉각의 시각화
용의 비늘·푸른 수염-촉각으로 보는 조선시대 소나무 그림: 유미나
들어가며
소나무를 어루만지는 그림
촉각을 자극하는 소나무
소나무 그림: 촉각의 시각화
나오며
물성(物性)과 환영(幻影)-조선시대 호·표피와 그 시각적 재현: 김수진
맹수 가죽과 인류
조선 정부가 관리한 호・표피
외교 예물로서의 호・표피
조선 왕실에서 활용된 호・표피와 그 시각적 기록
촉각의 시각화, 공신 초상화와 호・표피 묘사
도안화된 촉각, 표피도 병풍의 유행
시각주의에의 추구, 표피장막도의 성립
호・표피와 그 시각적 재현의 의미
손과 눈으로 어루만지다-책거리 기물의 촉각적 성격: 유재빈
책거리의 촉각적 사실성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조선 사람들 기물을 어루만지고 감식하다.
촉각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책거리
접촉을 유도하고 공간으로 초대하는 책거리
책거리의 촉각성 그리고 그 이후
촉각의 코드로 본 근대 기명절지도: 유순영
촉각과 근대기명절지도
누가 기명절지도를 명명(命名)했나
사물의 질감과 물성(物性) 드러내기
제화시를 통한 촉각의 환기
고완품(古玩品)의 촉각적 향유와 시각적 재현
촉각적 환영과 촉각적 경험 사이
3부 신체, 근대기 촉각의 노출
눈으로 만지는 육체–한국 근대기 ‘나체화’의 성취와 한계: 김소연
가장 원초적인 감각으로서의 촉각, 그리고 나체화
나체화, 양화(洋畫) 개척의 제일선
모델 없이 그린 그림
‘아이고 망칙’, 나체화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
나체화와 풍기단속
만나지 못한 그림들에 대한 상상
접문(接吻)에서 키스로-한국 근대 신문 삽화 속 연애 이미지: 김지혜
키스의 출현
연애와 키스, 번안된 근대의 감각
키스의 접촉, 시각에서 촉각으로
시선의 접촉, 마주치는 눈길과 눈길
입술의 감촉, 동경과 검열의 간극
키스와 성애, 감각에서 욕망으로
성애의 환유, 성 상품 광고 속 키스
잘못된 키스
고통 받는 신체, 탐구되는 인체–감각과 고통의 미술사: 서윤정
뼈와 살, 그리고 피: 촉각과 고통의 미술사
열녀(烈女)의 몸: 고통을 넘어선 정절의 덕
죄업(罪業)의 몸: 지옥도(地獄圖) 속의 형벌과 고통
형벌(刑罰)과 처형(處刑)의 몸: 형정도(刑政圖)와 참형도(斬刑圖)
해부(解剖)를 통해 들여다보는 몸: 몸의 안과 밖
몸을 둘러 싼 담론과 감각의 시각적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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