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의 인식론 책들이 인식론의 중요 문제들에 대해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대신 여러 견해들을 소개하는 데 그치고 있다면
이 책은 인식론의 여러 근본문제들에 대해 새로운 통찰과 해결책을 제시한다
우리는 세계에 관한 정보를 지각, 기억 및 내성을 통해 얻는다. 그리고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귀납추론을 사용한다. 그런데 우리의 지각, 기억 및 내성이 신뢰할 만한 정보의 원천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또한 귀납추론이 지금까지 신뢰할 만한 것이었다고 할지라도 앞으로도 그럴 것임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첫 번째 문제는 인식론의 근본원리들을 인식적 순환성 없이 어떻게 정당화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두 번째 문제는 귀납추론을 어떻게 정당화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필자는 2013년에 출판된 이 책의 초판에서 이론추론(theoretical reasoning)의 틀에서 벗어나 실천추론(practical reasoning)을 사용함으로써 인식론의 위와 같은 근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음을 주장했다. 그러나 가능하다면 인식론의 문제들은 인식적 정당화 이론의 틀 내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자는 이 책의 초판을 쓰고 난 이후 그와 같은 해결책을 깨닫게 되었고, 그래서 이번에 전면적인 개정판을 쓰게 되었다.
필자는 이 개정판에서 인식적 정당화 이론, 좀 더 구체적으로 셀라시언 정합성 이론의 틀 내에서 인식론의 주요 문제들을 다뤘다. 셀라시언 정합성 이론에 따르면 우리의 정당화 개념은 정당화를 요구하고 이에 답하는 사회실천을 배경으로 발전해 온 상호주관적 개념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호주관적 정당화 모델에 따르면 정당화의 사회실천 속에서 어떤 믿음에 대해 제기될 수 있는 모든 비판들에 답할 수 있는 경우에 그 믿음은 상호주관적으로 정당화된다. 필자는 이러한 정합성 이론에 의거해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인식론의 근본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음을 보인다.
또한 기존의 인식론 책들은 인식론의 문제들을 주관적이고 정적인 정당화 모델을 토대로 다루기 때문에 인식론의 중요 문제들에 대해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대신에 상호 대립하는 여러 견해들을 소개하는 데 그치고 있지만 필자의 책은 이러한 문제점을 지양하고 인식론의 여러 근본문제들에 대해 새로운 통찰과 해결책을 제시한다. 필자는 인식론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 이와 같은 새로운 접근방식을 통해 인식론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각에서 조망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철학과에서 세계적인 논리학자인 아닐 굽타의 지도하에 논리적 역설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철학과 교수이다. 주로 현대 인식론, 언어철학 및 논리철학에 관련된 철학의 근본 문제들에 대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논리학 회와 한국분석철학회가 각각 발행하는 등재지 <논리연구>와 <철학적 분석>의 편집위원장을 역임했다. 또한 한국논리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분석철학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대표 저서로 <표상의 언어에서 추론의 언어로>와 <코어 논리학>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