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물고기들은 저마다 놀라운 이야기를 갖고 있다!”

물고기의 비밀생활 1 : 물고기는 머리가 나쁘다 

결론부터 말하면, 물고기는 절대 어리석지 않다! 결코 돌아서면 다 잊어버리지 않는다! 각 종은 저마다 독특하며, 어떤 종은 놀이에도 참여하며 심지어 고통을 느끼는 종도 있다. 대표적으로 금붕어의 기억력이 5초밖에 못 간다는 말은 헛소리다. 실제 어항에서 살면 계속 맴돌며 헤엄을 쳐야 하기 때문에 금붕어가 화가 난 상태일 수도 있지만, 기억력에 관해서는 사실 그 반대다. 오히려 금붕어는 기억력이 매우 좋다. 심지어 얼굴 인식 훈련을 받을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속임수를 기억할 수 있다고 하는 다른 동물보다 훨씬 영리하다.

금붕어는 다른 대부분의 어종과 마찬가지로 배가 찼을 때를 알지 못하고 먹이가 있으면 계속 먹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금붕어의 머리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사실 야생에서 너무 많이 먹는 것은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음 먹이가 어디에서 언제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먹이가 있을 때 최대한 먹어두는 것이 생존을 위한 방법이다. 하지만 애완용으로 키워질 때조차 이 본능 때문에 배가 찼는데도 계속 먹게 되는 것이다.

물고기의 비밀생활 2 : 출산하는 수컷 & 암컷에 기생하는 수컷이 있다 

모든 해마의 생애 주기는 색다르다. 해마는 일부일처를 이루며 쌍을 이룬 암컷과 수컷이 산호나 해초의 작은 구역에서 함께 산다. 해마가 더 독특하게 진화한 점은 바로 수컷이 새끼를 낳는다는 점이다. 수컷은 아래쪽에 알주머니를 갖고 있기 때문에 새끼를 밸 수 있다. 수컷은 이 알주머니에 정자를 보관하므로 임신을 위해서는 암컷이 수컷의 열린 알주머니를 잘 조준해 난자를 떨어뜨려야 하며 그렇게 수정이 이루어지고 임신이 시작된다. 알주머니는 발육하는 새끼를 잘 받아들이기 위해 늘어나고 커진다. 대개 10~25일 후에는 수컷이 작은 근육들로 알주머니를 압착해 새끼 해마를 부드럽게 바다로 내놓는다. 하나의 알주머니에서 2천 마리의 새끼 해마가 부활할 수 있다.

부채지느러미아귀의 짝짓기 방식에 대한 놀라운 조사 결과도 있다. 처음에 심해 아귀가 그물에 걸려 잡힐 때 대부분 암컷이었다. 따라서 처음에는 이 어종이 무성생식을 하거나 아니면 수컷이 다른 곳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 추측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암컷의 옆구리에 작은 기생 물고기가 한 마리 붙어 있었는데, 아주 작은 크기의 같은 종 수컷이었다! 크기는 암컷의 십분의 일 크기에 불과한 이 심해 아귀 수컷은 오로지 암컷을 찾아 짝짓기를 하는 데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다. 번식 본능뿐만 아니라, 암컷과의 결합에 의존해 살기 때문이다. 큰 눈과 예민한 후각을 이용해서 일단 암컷을 찾은 수컷은 암컷에게 죽을힘을 다해 매달리며, 턱과 이빨을 이용해 암컷 피부와 조직에 파고든다. 제대로 파고들면 암컷과 융합해, 결국 영구 부속물이 되어 암컷에 의해 운반된다. 궁극적으로 수컷은 기생 생활을 하지만, 암컷이 알을 낳을 준비가 되면 수정시킬 수 있는 편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유용한 번식 전략이기도 하다.

물고기의 비밀생활 3 : 둥지를 짓는 물고기가 있다 

큰가시고기는 흔치 않게 둥지를 짓는 물고기이다. 번식에 필수인 둥지를 짓기 위해 적절한 재료가 필요하다. 수컷은 사실상 이 구조물을 짓는 건축가이고, 둥지는 정교하고 세심하게 만든 건축물이다. 우선 바다나 호수 바닥에서 침적토를 파내어 작은 구덩이나 구렁을 만든다. 다음으로 재료를 모으는데, 주로 작은 식물이나 조류 조각이다. 수컷은 모아온 재료들을 ‘스피진(spiggin)’이라는 독특한 물질로 접착시킨다. 스피진은 큰가시고기의 신장에서만 만들어지는 당단백질 접착제로, 식물들을 서로 붙여서 일종의 은둔처를 만드는 것이다. 그다음 은신처에 굴을 만드는데, 암컷은 나중에 여기에 알을 낳게 된다.

이제 남은 일은 암컷을 이곳으로 유인하여 짝짓기를 하는 것이다. 수컷은 지그재그 춤을 추면서 암컷에게 접근한 뒤, 머리를 둥지에 쑥 집어넣는다. 마치 암컷에게 바로 이곳에 알을 낳아야 한다고 알려주는 것 같다. 암컷이 식물 줄기에 끈적끈적한 알을 낳고, 수컷이 수정시킨다. 그리고 나면, 수컷은 암컷을 이 멋진 둥지에서 바로 쫓아버린다. 새끼를 키우는 건 수컷 혼자 해야 하는 일이다.

물고기의 비밀생활 4 : 놀라운 생애 주기와 생태계에서의 역할

홍연어는 민물에서 부화하여 바다로 이동했다가 몇 년 후 번식을 위해 태어난 강으로 회귀하는 다섯 종의 태평양 연어 가운데 하나다. 연어의 행동 중 놀라운 것은 민물과 바닷물 양쪽으로의 이동을 위한 삼투압 조절만이 아니다. 홍연어는 번식할 준비가 되면 같은 강의 똑같은 웅덩이로 돌아간다. 최소 4년, 어쩌면 더 긴 시간 동안 그 장소를 본 적도 없었는데 그저 낳을 낳고 죽기 위해서 돌아간다.

산란 후에 죽는 연어가 다소 극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최근 밝혀진 연구는 이 행동이 매우 현명한 생존 전략임을 보여준다. 홍연어가 번식하는 고지대의 차가운 개울은 자연 발생의 샘에서 시작되며 필수 요소가 결핍된 경우가 자주 있다. 연어가 거의 산란을 하자마자 죽을 때, 수백만 마리가 죽기 때문에 대체로 커다란 새와 포유류에게 충분한 먹이를 제공한다. 그리고 그들의 사체에서 빠져나온 인, 질소, 칼슘, 마그네슘이 서서히 물에 확산되면서 다음 세대는 필수 영양소를 흡수할 수 있다.

다음 세대의 물고기만이 아니라 수천 만 마리의 곰, 늑대, 흰꼬리수리, 심지어 나무들까지도 연어의 죽음에 의존한다. 실험 결과, 태평양 북부 나무들은 모두 연어의 몸에서만 나올 수 있는 해양성 인을 흡수해 번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기적을 행하는 연어들은 자기 몸을 변형할 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해 자기 생명도 포기하면서 주변 전체 삼림 생태계에 영양분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지구에서 가장 큰 생물학적 다양성 일부와 대규모의 이산화탄소 흡수지 중 하나를 유지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