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냐 전통이냐
근대 동아시아에서 벌어진
세계관 전쟁의 내막
‘과학과 인생관’ 논쟁의 핵심을 해부한다
과학 수용과 전통의 재해석 과정에서 촉발된
과학찬양론과 과학비판론의 대립으로부터
이른바 중국판 문화전쟁의 종결까지
20세기 초 중국에서는 서구의 과학문명을 수용해 과거에 얽매여 있던 전통적인 삶의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려는 거대한 문명사적 전환의 시도가 있었다. 여기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신문화운동의 대표자들은 서구의 신문명을 몸소 체험하고, 유교ㆍ유학으로 대표되던 중국문명의 한계를 비판하면서 당대 중국의 현실을 장악하고 있던 인생관(세계관)을 총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중심에 각계의 지식인들이 진영을 나누어 참여한 ‘과학과 인생관’ 논쟁이 있었다.
이 책은 그 논쟁을 실마리로 근대 중국사상계의 핵심과제로 떠올랐던 과학수용과 전통의 재해석이라는 문제를 체계적으로 검토한 결과물이다. 저자는 과학수용 문제를 두고 당시 중국에서 벌어졌던 다양한 논쟁들을 사상사적으로 분석해낸 뒤, 이를 바탕으로 논의의 범위를 현대과학과 종교담론의 문제로까지 고양시킨다. 요컨대 지금도 양상을 바꾸며 반복되고 있는 이 논쟁은 서양에서 도입된 새로운 세계관으로서의 근대과학과 유교ㆍ유학을 비롯한 전통적인 세계관으로서의 종교(철학) 사이에 발생한 갈등, 한마디로 종이 위에서 전개된 ‘세계관 전쟁’이었다.
새로운 지의 총화를 모색하는 성균관대학교출판부 학술기획총서 ‘知의회랑’의 열 번째 책이다.
서울대학교 인문대를 졸업하고, 프랑스 고등연구원(EPHE) DEA 및 박사과정을 거쳐, 서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인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문학ㆍ동양학ㆍ비교종교학 등을 공부했으며, 전통적인 문文ㆍ사史ㆍ철哲의 영역뿐만 아니라 ‘과학’ 자체도 인문학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학과 철학 그리고 과학과 종교의 대화는 그에게 중요한 화두다. 근대 중국이 서양과학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겪어낸 과학과 전통 간의 대결양상을 다룬 이 책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주요 저서로 『주자의 문화 이데올로기』(2004), 『생명과 불사: 포박자 갈홍의 도교사상』(2009), 『죽음의 정치학: 유교의 죽음이해』(2015), 『동아시아 근대사상론』(2015), 『성학집요: 군자의 길, 성찰의 힘』(2018) 등이 있으며, 장차 근현대 중국의 국학운동에 관한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인문학의 또 다른 실천으로서 번역의 중요성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외국의 여러 연구사례들과 대표저작들을 소개하는 일에도 진력해왔다. 미르치아 엘리아데의 대작 『세계종교사상사(전3권)』(2005ㆍ공역)를 비롯해 『20세기 신화이론』(2008), 『신화란 무엇인가』(2017), 『세계종교의 역사』(2018) 그리고 현대과학의 입장에서 종교의 의미를 탐구한 『종교유전자』(2015) 등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