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역’은 <주역>의 육십사괘 괘효사를 고사로 해석한 것을 말한다. 본래의 <주역>은 ‘주나라의 점책’이라는 뜻이며, 괘효사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괘효사는 곧 점 글筮辭이다. 육십사괘의 각 괘는 하나의 고사를 기록하고 있으며, 한 괘의 여섯 효사는 한 고사의 여섯 가지 발전 단계를 나타낸다. 괘효사를 지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경험한 여러 사건들을 64가지 고사로 정리하여 점책으로 편집한 것이다. 고사는 모두 실화이며, 3천여 년 전 중국 황하 유역에 살았던 인간들의 생생한 삶의 기록이다. <주역>은 은말 주초의 예순네 가지 실화를 기록한, 64편의 재미있는 단편 이야기책이다.

<주역> 연구의 올바른 방법은 ‘경’과 ‘전’을 분리하여 연구하는 것이다. ‘경’과 ‘전’을 결부시

켜 연구하는 것은 그릇된 방법이다. ‘경’은 청동기 시대에, ‘전’은 철기 시대에 쓰였다. 따라

서 ‘경’은 ‘경’으로(이경해경), ‘전’은 ‘전’으로(이전해전) 연구하는 것이 바르다. 즉 ‘경’은 문자 위주로만 해석하고, ‘전’은 ‘상수’와 ‘의리’로 해석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 시대에 <주역>을 연구하는 올바른 방법이다.

이 책은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는 ｢고사역 서문｣, 둘째는 ｢고사역의 괘효사 해석｣, 셋째는 ｢고사역의 괘효사 분석｣이다.

첫째, ｢고사역 서문｣에서는 먼저 ①고사역 출현의 간략한 역사 과정을 설명하고, 이어서 ②고사역의 괘효사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그다음 ③고사역의 괘효사 해석 방식을 제시하고, 마지막으로 ④고사역 출현의 역사적 의의에 대해 기술하였다. 서문은 고사역의 성격을 낱낱이 밝힌 것이다.

둘째, ｢고사역의 괘효사 해석｣에서는 육십사괘를 모두 고사로 해석하였다. 육십사괘 가운데 은나라 고사가 10괘, 주나라의 고사는 32괘, 나머지 22괘는 주나라 사람들의 생활 등등의 기타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이 가운데 문왕의 고사가 12괘, 무왕의 고사가 9괘이다. 육십사괘는 주나라 사람이 주나라의 입장에서 은말 주초의 고사를 기록한 것이며, 문왕의 고사가 가장 많고, 그다음이 무왕의 고사이다. <주역>의 주인공은 문무 두 왕이며, 그 중심 내용은 은의 멸망과 주의 건국이다.

셋째, ｢고사역의 괘효사 분석｣에서는 괘효사의 내용을 8가지 주제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①고유명사에 대한 기록, ②전쟁에 대한 기록, ③경제생활에 대한 기록, ④사회생활에 대한 기록, ⑤사회신분에 대한 기록, ⑥사회제도에 대한 기록, ⑦동식물 및 광물에 대한 기록, ⑧기타의 기록 등에 대해 기술하면서, 괘효사의 내용을 종으로 횡으로 풀어헤쳐 필자의 능력이 닿는 데까지 철저하게 분석하고 종합하여 정리하였다. 그리고 설명해야 할 3가지 문제를 덧붙여, ①‘원형리정’의 독법, ②괘효사 중의 ‘용用’자의 용법, ③‘射’의 발음은 ‘석’인가 ‘사’인가 에 대해 언급하였다.

마지막에 이 책에 나오는 인명과 서명 등은 각주를 달아 설명하지 않고, 사전 형식으로 정리하여 독자들이 일목요연하게 참고할 수 있도록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