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논쟁, 보수주의를 낙태하다

  • 사람의무늬
  • 인문
  • 임종식 지음
출간일 2019-06-14
ISBN 979-11-5550-333-1
면수/판형 신국판(152 X 225)·2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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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소개 작가소개 목차 미디어서평
  • 태아는 언제부터 사람일까?

    : 낙태를 보는 관점(보수주의)에 대한 철학적 반론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

    2019411일 헌법재판소의 낙태 관련 판결이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2012년 낙태죄 합헌 결정 후 7년 만에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이는 낙태죄가 사실상 위헌이기는 하지만, 즉각적인 무효화에 따르는 법의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법률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그 효력을 존속시키겠다는 결정으로, 헌법재판소가 정한 시일인 20201231일까지 개정안을 형법에 반영하지 않으면 낙태죄는 위헌으로 그 효력을 자동 상실하게 된다.

    개정안의 국회통과 여부와 무관하게 낙태죄는 6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에 놓였다. 이제 낙태 찬성론은 마침표를 찍은 것인가? 물론 아니다. 미국의 경우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낙태 논쟁이 다시 불이 붙을 것이 뻔하다. 헌재 재판관이 지적했듯이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기소되는 사례가 매우 드물었고 그 경우도 악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게 상당수였다는 점에서, 낙태죄 폐지에 만족할 수 없고 미프진(임신 중절 약물) 합법화라는 실리를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길이 순탄치 않을 것임은 익히 짐작할 수 있다.

     

     

    수정란부터 사람일까 

    20131, 독일의사협회가 쾰른 소재 가톨릭계 병원 두 곳을 맹비난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보건부가 조사에 착수했고, 곧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다. 지난 12, 파티에서 약이 든 음료를 마신 25세의 여성이 강둑에서 성폭행을 당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그녀의 상태를 처음 확인한 응급의가 사후피임약을 처방한 후 정밀검사와 증거 수집을 위해 그녀를 가까운 가톨릭계 병원으로 보내면서 한 편의 막장 드라마가 연출된다. 그곳의 의사는 병원 방침에 따라 진료를 거부했고, 새로 찾아간 가톨릭계 병원의 의사도 같은 태도를 보인 것이다. 상담조차 해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여론이 더욱 들끓어 며칠 후 독일 주교회의가 성폭행 피해여성에게는 사후피임약 처방을 허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수정을 막는 경우에 한하고, 수정된 난자를 낙태시키는 경우에는 여전히 불허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놀랍게도 성폭행 피해여성을 진료하지 말라는 것이 병원의 방침이었다. 작정하고 의사로서의 의무를 팽개치겠단 말 아닌가? 그 이면에는 수정란부터 사람이라는(생명권이 있다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정말로 0.1mm 크기의 자의식도 없고 통증도 못 느끼는 단세포에게 생명권이 있는가? 그래서 그 단세포를 죽이는 것은 살인이고, 사후피임약은 살인도구인가 

     

     

    낙태를 보는 세 가지 관점 : 보수주의, 절충주의, 자유주의

    난마처럼 얽힌 낙태 문제를 어디서 풀어야 하는가? 해법은 간단하다. 어느 시점부터 태아가 생명권을 가지는지를 규명하면 된다. 태아에게 생명권이 없음에도 여성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언어도단이기 때문이다. 이 물음을 놓고 보수주의, 절충주의, 자유주의 세 진영이 각축을 벌이는 이유이다.

     

    * 낙태를 보는 세 가지 관점

    1. 보수주의 | 수태 시점부터 낙태는 살인이다.

    2. 절충주의 | 수태와 출생 사이의 어느 시점까지 낙태는 살인이 아니다.

    3. 자유주의 | 임신 전 기간에 걸쳐 낙태는 살인이 아니다.

     

    가톨릭을 위시한 보수주의 진영은 수정란 시점을 지목한다. 이에 맞서 자유주의 진영은 출생 시점을, 절충주의 진영은 수태와 출생 사이의 어떤 시점을 지목한다. 보수주의 진영이 낙태죄 존치를 주장하고 미프진의 도입을 저지하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수정란부터 사람이라면 수정란을 죽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또한 수정란부터 사람이라는 것이 성경의 내용이라면 이 책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본문에서 알게 될 바와 같이 성경은 인간 생명의 시작점에 대해 침묵하며, 오히려 출생시점에 시작될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있다.

    수정란에 절대적인 가치가 있어 보이는 이유가 인간의 수정란이라는 강박 때문은 아닌지, 그 동안 세뇌를 당한 것은 아닌지 짚어봐야 한다는 얘기다. 합리성을 중시하는 가톨릭의 주장이니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그들의 주장을 평가함으로써 낙태와 사후피임약 논쟁의 표류를 끝낼 단초를 마련하고자 한다.

    수정란부터 생명권이 있다는 보수주의자들의 주장이 주장이 옳다면 미프진은 살인도구가 맞다. 반면 그들의 주장이 자의적인 해석에 근거한 것이라면(그리고 임신 12주 이후에 생명권을 갖게 된다면) 미프진의 도입을 반대하는 것이 어불성설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미프진 문제의 해결 뿐 아니라 낙태 논쟁의 표류를 끝내기 위해서라도 보수주의에 대한 평가를 미룰 수 없다.

     

     

    낙태 논쟁, 보수주의를 낙태한다!

    낙태 문제가 문화, 사회, 인간학, 여성학, 보건의학 등 전방위적 관점에서 조명되고 있다. 이들 관점의 교차선상에 놓인 문제라는 점에서 자연스러울 수 있다. 헌법재판관도 합세해 자신이 처한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경제적 상황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한 결과를 반영하는 전인적 결정입니다고 말한 바 있다. 가임기의 여성과 사후피임약의 복용 여부를 놓고 혼선을 겪고 있는 여성에게 이 책을 권한다. 정책 결정자, 의사, 생명의료윤리 관련 강좌를 수강하고 있는 학생, 딸을 둔 부모, 여자형제가 있는 남성, 가임기의 아내를 둔 남편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아울러 수정란부터 사람이라는 교회 가르침의 설득력 여부를 확인하고 싶은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은 꼭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책소개 작가소개 목차 미디어서평
  • 임종식

    성균관대학교 유학과 학부를 마치고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철학과에서 윤리학과 행위철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와 카이스트에서 강의를 해왔으며, 현재 성균관대학교 학부대학 초빙교수로 있다. 현실 문제를 화두로 의도에 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신과 관련된 제반 철학적 물음들과 죽음과 관련된 형이상학적 물음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형사법과 살해의도≫, ≪개고기를 먹든 말든 상대주의의 오류≫ 등의 저서와, ≪지식의 최전선≫, ≪생명의 위기≫ 등 다수의 공저가 있다. ≪정의와 다원적 평등≫을 공동번역 했고, ≪과학의 발전과 윤리적 고민≫을 편집했다. <Physician Assisted Suicide>, <생명권과 자의적인 안락사>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 책소개 작가소개 목차 미디어서평
  • 들어가며

    일러두기 1

    알아두기 2

     

    1 성경은 인간 생명의 시작점에 대해 침묵한다

    1.1 과거 신학자들의 생각

    1.2 성경은 인간의 생명이 출생 시점에 시작될 가능성까지 열어 놓고 있다

     

    2 보수주의자들의 주장: 수정란은 성인과 연속선상에 있으므로 생명권을 가졌다

    2.1 보수주의자들의 주장: 성인이 가진 생명권을 연속선상에 있는 수정란도 가졌다

    2.2 반론: 100°C 물과 연속선상에 있는 0°C의 물은 끓지 않는다

    2.3 보수주의자들의 답변: 생명권은 온도와 다른 성격의 속성이다

    2.4 재반론: 시야가 좁아 제 앞만 살피는 서목촌광(鼠目寸光) 격 안목이다

     

    3 보수주의자들의 주장: 수정란은 인간의 유전자를 가졌기에 생명권을 가졌다

    3.1 낙태에 대한 보수주의 입장: 수정란부터 인간이고, 따라서 낙태는 시점을 불문하고 살인이다

    3.2 반론: 다의어(多義語) 사용에 의한 오류이다

    3.3 보수주의자들의 답변 1: 배수체 논변

    3.4 재반론:

    외과의사가 되겠다는 꿈은 아예 꾸지도 말아야 한다

    터너증후군 환자와 다운증후군 환자를 돌아봐야 한다

    3.5 보수주의자들의 답변 2: 청사진 논변

    3.6 재반론:

    반론에 앞서: 초기배아가 가진 놀라운 능력들

    생물학적 사실들에 발목을 잡힐 수밖에 없다

    3.7 배수체 논변과 청사진 논변 모두에 대한재반론: 생명권은 정신주체의 계속 존재할 권리이다

     

    4 보수주의자들의 주장: 수정란에 영혼이 들어온다

    4.1 과거 질료형상론자들의 생각: 태동 시점에 영혼이 들어온다

    아리스토텔레스

    토마스 아퀴나스

    4.2 현대 질료형상론자 단실(Joseph Donceel): 대뇌피질이 생성된 이후에야 영혼이 들어온다

    4.3 보수주의자들의 답변: 영혼의 통시적 기능을 간과한 주장이다

    4.4 반론에 앞서: 특정 개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수태 순간 영혼주입설을 부정할 수 없다

    4.5 반론: 쌍둥이로 분열되면서 영혼은 어떻게 되는가?

    4.6 보수주의자들의 답변: 수정란에 두 영혼이 들어간다

    4.7 재반론: 가당치도 않은 말을 끌어 붙인 견강부회(牽强附會)식 해석이다

     

    5 보수주의자들의 주장: 수정란은 성인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기에 생명권을 가졌다

    5.1 보수주의자들의 주장: 강한 잠재력 원리

    5.2 반론: 찰스 황태자는 잠재적인 국왕이지만 국왕의 권리를 갖지 못했다

    5.3 보수주의자들의 답변 1: 도덕과 무관한 속성을 들어 유비관계를 주장할 수 없다

    5.4 재반론: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춘치자명(春雉自鳴)의 모양새다

    5.5 보수주의자들의 답변 2: 생명권과 다른 성격의 권리를 들어 유비관계를 주장할 수 없다

    5.6 재반론: 귀를 막고 바늘을 훔치는 엄이도령(掩耳盜鈴) 격 답변이다

     

    6 보수주의자들의 주장: 수정란의 잠재력을 차단하지 말아야 한다

    6.1 보수주의자들의 주장: 약한 잠재력 원리

    6.2 반론: 툴리의 고양이 논변 도덕적 동등성 원리

    도덕적 동등성 원리와 새끼 고양이의 잠재력

    6.3 고양이 논변을 위한 변론

    죽임/죽게 방치함, 적극적/소극적 의무

    도덕적 동동성 원리 vs. 적극적/소극적 의무

    도덕적 동동성 원리에 대한 제언

    수정란의 잠재력을 차단하는 것을 그르다고 할 수 없다

    6.4 보수주의자들의 답변 1: 반례를 감당할 수 없다

    6.5 반론: 공격에 앞서 자신의 허점을 살피는 공피고아(功彼顧我)의 지혜를 터득했어야 했다

    6.6 보수주의자들의 답변 2: 내재적 잠재력과 외재적 잠재력의 차이점을 간과하고 있다

    6.7 반론: 쇠뿔을 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교각살우(矯角殺牛) 격 해석이다

     

    7 강한 잠재력 원리와 약한 잠재력 원리 모두에 대한 반론

    7.1 반론: 살정제가 대량 학살도구이고 배란기에 금욕을 하는 것이 살인행위인가 

    7.2 보수주의자들의 답변 1: 정자/난자는 사람이 될 수 있는 확률이 현저히 떨어진다

    7.3 재반론: 정자와 난자가 사람이 될 수 있는 확률이 104만승분의 1은 아니다

    7.4 보수주의자들의 답변 2: 정자/난자의 잠재력은 정체성이 담보되지 않은 잠재력이다

    7.5 재반론: 우리는 수정란 시점에 처음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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